바나나값이 부른 비극…프로 축구선수의 극단적 선택

입력 2023-04-15 08:33   수정 2023-04-15 11:54



고물가와 경제난으로 허덕이는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한 축구 선수가 바나나 가격이 비싸다고 불평했다가 경찰로부터 테러범 취급을 받은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해 목숨을 잃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과 튀니지 언론에 따르면 튀니지 프로축구 1부리그 US모나스티르에서 뛰었던 축구선수 니자르 이사우이(35)가 지난 11일 튀니지 중부 카이루안주 하푸즈의 경찰서 밖에서 분신,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받아왔다.

자유계약(FA) 선수로 최근까지 아마추어 축구팀에서 뛰었던 그는 수도 튀니스의 화상 전문 병원에서 화상 후유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전날 숨을 거뒀다.

그는 비싼 물가에 항의하는 자신을 경찰이 테러범으로 몰았기 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사우이는 분신을 하기 직전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바나나를 10 튀니지 디나르(약 4천300원)에 파는 것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는 이유로 경찰에서 테러 혐의로 기소됐다. 바나나 가격에 항의하다가 테러범이 됐다"고 항변했다.

그는 또 "나는 자신에게 화형을 선고했다. 이제 더는 힘이 없다. 내가 스스로 형을 집행했다는 것을 이 경찰국가가 알게 하라"고 썼다.

이사우이의 사망 직후 그를 테러 혐의로 기소한 경찰서 밖에서 가족들이 항의 시위를 벌였고, 많은 젊은이가 가족들에 지지를 보내며 경찰서를 향해 돌을 던지는 등 격렬하게 항의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일부 현지 언론은 그의 죽음이 아랍권 전체를 뒤흔든 '아랍의 봄' 혁명을 촉발한 2010년 12월 20대 노점상 무함마드 부아지지의 죽음을 연상케 한다고 논평했다.

튀니지는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를 휩쓴 '아랍의 봄' 봉기의 발원지로 중동에서 드물게 민주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만성적인 경제난이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만나 깊어지고 물가가 치솟으면서 민생고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2019년 10월 민주적 선거를 통해 당선된 헌법학자 출신인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은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 척결을 기치로 내걸고 '명령 통치'로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의 기능을 정지시키며 개혁을 시도했다. 그러나 경제 상황이 계속 악화하는 와중에 진행된 사이에드 대통령의 정치 개혁은 야당과 시민들의 선거 보이콧 등 정치에 대한 불신만 가중했다.

튀니지의 지난 2월 인플레이션은 10.4%로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치솟는 실업률과 화폐 가치 하락 등으로 시민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한 튀니지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19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추진했지만, 사이에드 대통령은 IMF가 구제금융 조건으로 제시한 식량과 에너지에 대한 보조금 삭감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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