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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보다 중요"…월가 관심은 '자사주 매입 규모' [GO WEST]

박찬휘 기자

입력 2023-04-18 19:26   수정 2023-04-18 19:26

    <앵커>

    글로벌 경제와 증시, 기업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하는 'GO WEST' 시간입니다.

    글로벌콘텐츠부 박찬휘 기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간밤 하락세로 출발했던 미국 증시는 기업 호실적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간밤 미국 증시를 하락에서 구해낸 것은 은행주였는데요.

    지난 달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글로벌 증시에 큰 충격을 줬던 만큼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우려와 달리 잇따라 1분기 호실적을 내놓으면서 시장이 안도한 겁니다.

    지난주 JP모건과 씨티은행 같은 대형 은행들은 예상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발표했는데요.

    전날 개장 전에 실적을 발표한 찰스슈왑도 영업이익은 예상치를 소폭 밑돌았지만 순이익이 예상치를 웃돌았고, 매출과 주당순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하는 등 양호한 실적을 내놨습니다.

    이에 따라 전날 미국 증시가 보합권에서 마감한 반면 은행주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습니다.

    웰스파고와 찰스슈왑이 4% 가량 올랐고,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등도 3%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앵커>

    월가에서 실적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이 있다고요.

    <기자>

    네. 바로 자사주 매입 여부입니다.

    자사주 매입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만큼, 월가에서는 매입 규모를 주의 깊게 보고있는데요.

    실제로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매입한 기업들 평균 주가 상승률은 지난 2010년 이후 S&P500 지수 상승률을 꾸준히 상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2020년 이후 상승률 격차는 눈에 띄게 벌어졌는데요.

    이러한 기조에 맞춰 최근 많은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규모를 늘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S&P500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총 1조 470억 달러였는데요.

    지난 2021년의 8,210억 달러에서 28% 가량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올해부터 자사주 매입액의 1%가 소비세로 부과되기 시작했지만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열기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가장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은 어디였나요?

    <기자>

    네. 자료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1위는 서학개미의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는 애플입니다.

    애플은 지난해 자사주를 1천억 달러 가까이 매입했는데요.

    애플에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들 모두 기술주라는 점인데요.

    도이체방크는 "기술주들이 지난해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점이 이러한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기술주 다음으로 자사주 매입이 많았던 업종은 금융주였습니다.

    웰스파고와 모건스탠리도 각각 130억 달러, 120억 달러 어치 자사주를 매입하며 순위에 이름을 올렸는데요.

    금요일에 실적을 발표했던 웰스파고는 1분기 호실적과 함께 4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재개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2분기에 자사주 매입을 중단했던 JP모건도 올해 1분기 들어 19억 달러 어치 매입하며 다시 자사주를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모건스탠리는 현지시간 19일 실적을 발표하는데요.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호실적과 자사주 매입 발표에 대한 기대감에 5거래일 내리 상승 행진을 보였습니다.

    <앵커>

    지난해 자사주를 가장 많이 사들인 애플에 대한 관심이 높을 것 같습니다.

    월가에서는 어떻게 예측하고 있나요?

    <기자>

    네. 애플은 다음 달 4일에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데요.

    그동안 애플은 역사적으로 5월 4일 1분기(애플 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해왔습니다.

    월가에서는 개인용 컴퓨터 맥(Mac) 출하량 감소로 올해 애플의 매출과 주당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 6%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900억 달러 어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애플이 증시 변동성이 컸던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9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기 때문입니다.

    애플이 지난 10년간 자사주 매입에 쓴 돈은 총 5,730억 달러로 전체 미국 기업 중 1위인데요.

    이에 대해 월가의 컨설팅기업 딥워터에셋 매니지먼트는 "애플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줄어든다면 '안전한 투자처'라는 이미지에 타격이 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애플 실적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간밤 애플 관련해 큰 이슈가 있었습니다.

    <기자>

    네. 애플페이, 애플카드, 애플지갑 등 금융 서비스에서 발을 넓히고 있는 애플이 현지시간 17일 고금리의 '애플 카드 저축계좌'를 출시했습니다.

    애플이 선보인 저축계좌의 이자는 무려 연 4.15%로, 이는 미국 상업은행의 평균 예금금리인 연 0.35%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준입니다.

    애플의 저축계좌는 아이폰 전용 지갑 앱에서 개설할 수 있고, 개설 수수료나 최소 예금 규정 등 별도의 조건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플은 지갑 앱을 통해서 입출금 등 기본적인 계좌 관리가 가능하며 잔액과 이자 등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소식에 미국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애플이 고금리 저축계좌를 출시하면서, 미국내 중소형 은행들은 예금이 대거 이탈하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월가에서는 중소형 은행들의 예금 이탈 여부는 다음 실적 발표 때 반드시 눈여겨 봐야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국내 금융권 역시 큰 파장이 예상되는 엄청난 소식인데요.

    그러나 가장 큰 제약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 내 신용 승인을 받은 애플 카드 발급자들에 한해서만 개설이 가능하다는 건데요.

    애플 측은 아직 미국 외 다른 국가로의 서비스 확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글로벌콘텐츠부 박찬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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