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전 세계 회사채 시장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코로나19 확산 당시인 2020년 4분기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분기 평가대상 기업 가운데 33곳이 디폴트를 기록, 2020년 4분기(47곳) 이후 가장 많았다고 발표했다.
월별로는 지난달 15곳이 채무를 이행하지 못해 2020년 12월 이후 최다였으며, 이 가운데는 미국 은행권 불안 당시 무너진 실리콘밸리은행(SVB)과 모회사 SVB파이낸셜, 시그니처은행도 있었다. 고금리와 예금 인출 흐름에 직면했던 SVB는 보유 채권의 평가 가치 하락 후 자금 마련을 위해 손실을 확정한 뒤 지난달 10일 무너졌고, 이틀 뒤에는 시그니처은행이 붕괴한 바 있다.
무디스는 다만 "금융권 디폴트를 주목할만하지만, 지난달 대다수 디폴트는 여전히 비금융권에서 발생했다"면서 디폴트 규모가 가장 컸던 기업은 미국 스포츠 중계업체 '다이아몬드 스포츠 그룹'이었다고 설명했다.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세계 경제성장 전망 하향 등에 더해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것도 기업들에는 악재로 꼽힌다.
투자 등급 기업들의 회사채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의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지난해 20% 하락한 뒤 3% 반등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무디스는 그러면서 지난달 2.9%였던 세계 투기 등급 회사채의 디폴트 비율이 연말이면 4.6%, 내년 1분기 4.9%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장기 평균치인 4.1%를 웃도는 것이다.
다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도 연말까지 미국 회사채 시장의 디폴트 비율이 4%를 기록, 지난해 말 1.7%보다 올라갈 것으로 지난달 전망한 바 있다.
대표적 취약 분야로는 상업용 부동산이 지목됐다. 공실 증가 등으로 미국 사무용 건물의 평가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부동산 개발사들이 빚을 갚지 못하고 그 여파로 대출 은행들이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CNN은 진단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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