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3명이 사망한 125억원대 전세 사기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른바 '건축왕'이 현재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그가 인천시에 공문을 보내 경매로 나온 집을 사서 도와달라고 요청한 사실도 드러났다.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건축업자 A(61)씨의 변호인은 19일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느냐"는 물음에 "현실적으로 상당히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치소에 있는 피고인도 계속 (가족들과) 면회를 하고 있어 최근에 세입자 3명이 사망한 사실을 알고 있다"며 "현재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A씨는 최근 변호인과 접견한 자리에서 "안타깝고 세입자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의 자산은 8천억원이지만 빚도 6천억원"이라며 "지금 부동산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좋지 않아 피고인과 그의 회사가 부동산 매각이나 분양을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2월 경찰이 처음 구속영장을 신청할 당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나와 세입자들에게 최대한 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이후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았고 결국 구속됐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은 기소된 이후에도 피해 복구를 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A씨 측은 이른 시일 안에 자산 매각으로 보증금을 반환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최근 인천시에 도움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A씨 측은 인천시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해 나온 경매 물건을 직접 사들인 뒤 현재 살고 있는 임차인에게 월세를 받고 빌려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전세금 미반환 피해자가 낙찰받기를 원하면 경매 자금을 대출해 주고 일부 대출 이자를 인천시가 지원하는 대책도 요청했다.
그러나 피고인 측이 피해자들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행정기관에 손만 벌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A씨 측 관계자는 "피해 임차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세 보증금 회수"라며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경매가 진행되면 피해 임차인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씨가 자산을 매각할 때까지 세입자들을 위해 인천시의 도움을 받아 최대한 시간을 벌자는 것"이라며 "강원 동해쪽 사업이 정상화하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5일 첫 재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검찰 공소장의)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한다"면서도 사기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A씨 변호인은 "요즘 계약 전에 등기부 등본도 다 떼 볼 수 있는데 피고인이 아무것도 모르는 피해자들을 속인 악의적인 사기꾼은 아니다"라며 "법리적으로 사기가 되는지는 다퉈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A씨는 자기자본이 거의 들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금과 전세 보증금으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건물을 계속 지었다"며 "공인중개사들까지 직접 고용해 조직적으로 범행했다"고 반박했다.
최근 인천에서는 A씨 일당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졌다. A씨는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 아파트 등 모두 2천700채를 보유해 건축왕으로 불렸다.
경찰은 이번 전세 사기 사건으로 이미 기소된 A 등 10명 외 나머지 공범 51명도 수사하고 있으며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접수한 고소 사건은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추가로 고소장이 들어오면 계속 수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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