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농업 및 식량주권부 장관이 저출산 문제에 관해 말하면서 '인종 교체'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롤로브리지다 장관은 전날 로마에서 열린 자영업노동자총연맹(CISAL) 주최 콘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해 문제의 발언을 했다.
그는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출산율(2020년 기준 1.24명)을 언급하며 "이탈리아인들이 아이를 덜 낳으면서 우리는 빈자리를 다른 누군가로 대체하고 있다"며 "그건 올바른 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탈리아의 출산율을 높이는 방법은 여성이 일하면서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복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젊은 부부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며 "인종 교체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별세한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여배우 지나 롤로브리지다의 증조카인 그는 집권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 소속이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FdI의 전신은 바로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가 세운 국가파시스트당(PNF)이다.
롤로브리지다 장관의 발언은 무솔리니가 1927년 남성 독신세(싱글세)를 신설하고 대가족을 이룬 부모에게 상을 주는 등 순수혈통 보전을 다그쳤던 과거의 기억을 상기시키며 격렬한 반발을 불렀다.
중도 좌파 야당인 민주당(PD)의 엘리 슐라인 대표는 롤로브리지다 장관의 발언이 "우월주의"로 가득 차 있으며, 이탈리아를 파시즘의 시대로 되돌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슐라인 대표는 "롤로브리지다 장관의 발언은 역겹고, 중요한 직책에 있는 사람으로서 도저히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며 "그는 우리를 1930년대로 되돌려 놓으려 한다. 그의 발언에는 백인 우월주의의 냄새가 풍긴다"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총선 직전인 지난해 9월 초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국가란 국경이 있어야 하고, 그 국경이 방어될 때만 존재한다"고 주장하면서 좌파 정치인들이 "이탈리아인을 이민자로 대체하기 위해 이민자들이 몰려오는 것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민자들의 쇄도가 이탈리아를 '인구학적 비상사태'에 직면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멜로니는 총리가 된 이후에는 이같이 반이민 정서를 부추기는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사진=EPA 연합)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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