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민간 용병단 '바그너 그룹'이 우크라이나 전장 최격전지 바흐무트에서민간인 수백명을 사살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 가디언에 따르면 전직 바그너 용병인 아자마트 울다로프와 알렉세이 사비체프는 러시아 인권 단체 '굴라구.넷(Gulagu.net)'과의 영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고백했다.
전날 공개된 1시간 17분 분량의 영상에서 울다로프는 동료 용병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동부전선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한 9층 건물 지하에 피신해 있던 300명∼400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어린이도 40명가량 포함됐다는 게 울다로프의 증언이다.
그는 "5∼6살쯤의 한 여자아이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는데, 그 아이에게 총을 쏴 죽였다"며 "누구도 밖으로 내보내선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울다로프는 이들 민간인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한 사람은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라고 주장했다.
사비체프의 경우 올해 1월 그와 다른 용병들이 바흐무트 인근의 한 참호에 수용돼 있던 60명가량의 우크라이나군 부상 포로와 탈영을 시도한 러시아군 용병들에게 수류탄을 던져 살해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수류탄 폭발로도 죽지 않은 이들은 불에 태워 죽였다고 덧붙였다.
또 사비체프는 가디언과의 별도 인터뷰에서 작년 가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솔레다르에서 러시아군에 포위된 우크라이나군 20명을 사살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사비체프는 "만약 명령을 어겼다면 내가 살해당했을 것"이라며 "나는 그냥 당신처럼 살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는 그들에게 총알 세례를 퍼부었다"며 "이건 전쟁이었고, 나는 내가 한 일의 어떤 것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그너 용병대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인 잔혹상이 이번처럼 직접 증언으로 세세히 알려진 건 이례적이다. 두 사람은 이번 영상 증언이 공개된 이후 여러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프리고진은 두 사람의 증언이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자신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특히 어린이들을 죽인 일이 결코 없다고 반박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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