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스파이 선박이 북해를 돌아다니며 풍력발전소와 해저 케이블 등을 염탐하며 사보타주(고의 파괴공작)를 준비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9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보도에 따르면 덴마크 DR, 노르웨이 NRK, 스웨덴 SVT, 핀란드 Yle 등 북유럽 공영방송사들은 이날 저녁 방송 예정인 공동 탐사보도 내용의 일부를 인용해, 러시아가 서방과의 전면 충돌로 파괴 공작이 필요할 경우에 대비해 잠재적 목표물인 북해 일대 기반 시설에 접근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스파이 선박은 어선이나 연구선으로 위장하고 있으나 수중 감시 장비를 싣고 다니며 해상 풍력발전소, 해저 케이블 등 핵심 기반 시설 주변의 해저지도를 만들고 있다고 이들 매체는 전했다.
방송사들은 러시아 스파이 선박의 통신 내용을 분석한 결과 해당 선박이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소위 '유령선'처럼 송신기를 끈 채로 운항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번 탐사보도는 특히 '블라디미르스키 제독'이라고 불리는 러시아 스파이 선박의 최근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추적했다.
이 선박은 해양연구선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영국과 네덜란드 해안에 있는 풍력발전소 7곳 근처를 돌아다니며 첩보활동을 해왔다. 풍력발전기에 접근하면 속도를 늦추는 모습을 보였다. 또 송신기를 끈 채로 한 달 동안 항해하기도 했다.
방송사 기자가 작은 배를 타고 이 러시아 선박에 접근하자 복면을 쓴 채로 소총을 들고 있는 선원과 마주치기도 했다
BBC는 이처럼 민감한 장소에 대한 정찰 활동은 드문 일이 아니고 서방 국가들도 러시아를 상대로 비슷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첩보활동의 의도는 상대방과의 충돌이 격화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이며, 통신을 두절시키거나 국가의 전력 시스템을 파괴해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 그러한 선택지 중 하나라고 BBC는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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