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전기요금 인상 결정을 지연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로 자금난에 빠진 한국전력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산업계에선 냉방 수요가 많은 여름철이 오기 전에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을 의식하는 여당의 입장과 직원 가족 비위 의혹 등 한전 내부 문제까지 뒤얽힌 복잡한 상황으로 전기요금 결정 여부가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하지만 만약 요금 인상 없이 연말까지 회사채(한전채) 발행으로 자금줄을 버틴다면 내년 3월에는 법 개정을 통해 회사채 발행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가 지난해 말 한전채 발행 한도를 '적립금과 자본금 합(合)의 5배'로 상향 조정한 데 이어 1년여 만에 또다시 법 개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4월 중순까지의 한전채 발행 속도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인 한전의 적자 구조를 고려하면 이런 상황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전에 따르면 자금 조달을 위해 올해 4월 중순까지 발행한 사채 순발행 규모는 7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한전법 개정에 따라 상향된 회사채 발행 한도 중 올해 신규 발행이 가능한 규모(28조2천억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문제는 전기요금이 인상되지 않는다면 올해도 적자 발생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게 되고, 올 연말까지 회사채 발행 한도를 꽉 채워 자금을 조달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올해 4월 중순까지의 회사채 발행 속도와 규모를 고려하면 주주총회가 있는 내년 3월께 24조원 내외의 순발행이 예상된다는 게 한전 내부의 판단이다.
결국 장기채 등 누적 발행액(76조4천억원)까지 더해 내년 3월이면 현행법상 사채 발행 한도를 초과하는 셈이다.
나아가 올해 결산에서의 당기순손실 규모에 따라 한전은 '부분 자본잠식' 또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진입할 수도 있다. 국가기간산업을 떠받치는 공기업으로는 초유의 사태를 맞는 셈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산업계는 단계적인 요금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요금 인상 결정에 앞서 재무구조를 개선할 고강도 자구책부터 내놓으라는 여당의 압박에 임원급 등 일부 임직원의 임금인상분(지난해 11월∼올해 11월) 반납도 검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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