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회복돼도 저성장...노동시간 유연화 서둘러야"

전민정 기자

입력 2023-04-24 19:09   수정 2023-04-24 19:09

    한국경제신문·한국경제TV 공동 인터뷰 -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앵커>

    올해 우리 경제가 1%대 성장도 쉽지 않은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반도체 불황에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이달까지 7개월째 내리막을 걸으면서 14개월연속 무역적자가 확실시되고 있는데요.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한국경제TV·한국경제신문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반도체 경기가 회복된 뒤에도 장기적으로 성장률이 크게 오르기 힘들다"는 진단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교육·노동·연금개혁 등 3대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민정 기자가 조 원장을 직접 만났습니다.

    <기자>

    Q.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 중반 달성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올해 경기상황에 대해 ‘상저하고’를 기대하고 있지만, 하반기에도 경기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A. 당장 경제가 어려운 이유는 반도체 부진 때문입니다. 반도체 사이클에 대해 많은 분들이 지금이 저점 근처라고 보고 있고 하반기에는 지금보다 더 많이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는데요. 다만 반도체 경기가 회복된 이후에도 우리 경제가 장기적으로 성장세가 크게 올라가기 힘들다는 게 고민입니다. 외부적 요인보다는 생산성이나 인구 문제 등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큰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성장률 전망이 그렇게 밝지 않다고 봅니다.

    Q. 경기둔화로 세수펑크마저 우려되는데요.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적자 국채' 발행도 불가피해보입니다.

    A. 경기 상황에 따라 세수는 등락이 커요. 이 때문에 세출 증가율을 중장기적인 경상 성장률의 3~4% 정도에 맞춘 상태라면, 경기 등락에 따라 발생하는 재정적자의 폭은 탄력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기 상황에 따라 세수가 부족하면 적자 폭이 생길 수도 있고 경기가 예상보다 더 좋아지면 흑자가 생길 수도 있고 그런 상황을 유지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거죠. 다만 구조적으로 지출을 확대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Q. 부동산 경기악화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 비은행권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 위험이 크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을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A. 과거에 외환위기를 겪었고 또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어려웠던 국면을 지나지 않았습니까. 지금 상황이 조금 악화될 가능성은 있지만 그때처럼 금융시장 전반이 위기 국면으로 갈 가능성은 훨씬 적어 보이고요. 그렇지만 여전히 PF와 관련된 증권사 혹은 제2금융권에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틀림없이 있을 수 있습니다.

    Q. 경직화된 노동시장을 개혁하기 위한 공론화 작업이 한창입니다. 하지만 최근 '주 최대 69시간' 논란에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이 표류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A. 노동 시간과 관련해선 '69시간'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에 묶여 잘 못 나가고 있는데, 근무시간을 노사간에 자율적으로 결정해 총 노동시간은 줄이더라도 그 안에서 불필요하게 낭비하는 노동시간이 없는 형태로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노동시간 유연화는 저출산의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상당히 큰 도움을 줄 겁니다. 육아를 하는 여성들이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야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거든요. 또 임금도 호봉제 등 경직적인 부분들을 유연화해야 정년 연장도 가능합니다.

    Q. 저출산·고령화로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연금 개혁 논의는 지지부진하기만 한데요. 어떻게 추진동력을 살려야 할까요.

    A. 연금 개혁과 관련해 너무 많은 이슈들을 동시에 제기하면 어느 것 하나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는 우선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또 특정 정부가 모든 정치적 부담을 지기 힘들다면 향후 5년, 10년, 20년에 걸쳐서 점진적으로 모수 개혁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1961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경제학 석사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
    ▲미국 텍사스A&M대 교수
    ▲KDI 수석이코노미스트
    ▲한국은행 금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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