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산업부 정재홍 기자 나왔습니다. 정 기자, 일단 우리 정부는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고요?
<기자> 확인된 사실부터 먼저 전해드리면요. 우리시간으로 오늘 오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관련 보도를 내보냈는데요.
직후 우리 정부 측에 문의한 결과,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관련된 요구를 전달받지 못 했다고 공식 밝혔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 측의 요구를 우리 정부로부터 전해 듣지 못 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첨단기술 패권을 두고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파이낸셜타임즈가 미 백악관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알렸다는 게 지배적인 해석입니다.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은 지난달 중국에서 판매되는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보안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결과에 따라 마이크론 제품의 중국 판매 전면 금지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강도를 더해가는 미국의 반도체 기술통제에 대한 사실상 첫 보복 조치입니다.
그런데 마이크론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면 그 부족분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이 메울 수 밖에 없습니다.
즉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상황인데 이에대해 미국이 사전 '경고장'을 날린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미국 정부는 왜 한국 반도체 기업들, 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콕 찍어 경고에 나선 건가요?
<기자> 마이크론은 D램에서는 전세계 3위, 낸드플래시에선 5위 사업자 입니다.
지난해 마이크론은 중국 본토에서 4조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전체 매출의 11% 수준입니다. 지난해 중국의 한국산 반도체 수입 금액 약 64조 원과 비교하면 큰 규모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최첨단 D램은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정도만 만들 수 있습니다.
창신메모리, 양쯔메모리 등 중국 기업들이 기술력을 올리고 있지만 미국의 장비 수출 규제를 받고 있어서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이 자국 장비로 첨단 D램을 생산하려면 앞으로 5~10년은 더 걸린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국도 리스크를 안고 마이크론을 제재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마이크론 빈 자리를 채우면 중국이 가진 리스크가 완화되는 꼴이거든요. 이걸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현재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통제는 크게 2가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직접적인 미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이고요. 또 하나는 미국 반도체 지원법상 보조금 수령 조건으로 내건 간접적인 규제입니다.
미국에 생산시설을 지으면서 보조금을 받으면 10년 동안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가 5% 이내로 제한됩니다.
중국에서 대규모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치명적인 요건들입니다. 여기에 더해 동맹국 개별 기업 지역 판매 전략에까지 미국이 손을 대는 모습입니다.
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반사이익을 누리지 말라고 요청한 것을 넘어 미국의 대중국 규제에 동참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을 위해 오늘 오후 출국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100여 명이 넘는 경제사절단도 함께 방문해 경제 협력 보따리에 관심을 쏠리는 시점이었는데요.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이 하나둘 시행되고 공개되면서 반도체 수출통제 유예 연장과 반도체 보조금 지급요건 완화 등 윤 대통령이 풀어야 할 과제가 그 어느 때 보다 많습니다.
우리 입장에선 할 말이 많습니다.
IRA로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는 미국에서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지을 예정인데, 보조금 초과이익 환수 규정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 이익은 도로 뱉어내야 하는 실정입니다.
국내 기업들이 수십조 원을 미국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우리가 미국에 일정 수준의 양보는 받아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한국을 뜨기도 전에 미국의 반도체 추가 청구서가 날아 오면서 시작부터 만만치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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