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바다 온도가 한 달 넘게 전례 없는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기후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이 공개한 예비 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해수면의 평균 온도는 섭씨 21.1도로, 역대 가장 더웠던 2016년 3월의 최고 기록인 섭씨 21도를 뛰어넘었다고 보도했다.
바다 온도는 3월부터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해 한 달 넘게 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1981년 위성·부표 관측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교의 기후과학 강사인 벤 웨버는 이맘때 수온이 장기간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고, 우리를 미지의 영역으로 데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각국의 전문가들은 올해 4년 만에 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으나, 엘니뇨가 발달하기엔 아직 이른 시기라 최근의 급격한 수온 상승 이유로 보긴 어렵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영국 남극조사단의 마이크 메러디스 교수 역시 "과학자들도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인데, 어찌 됐든 이 정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건 매우 놀랍고 우려스러운 지점"이라며 "단기간의 극단적인 현상이거나, 아니면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의 시작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급격한 수온 상승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기후 변화가 진행 중이라는 신호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에서 지구 시스템 과학을 가르치는 마크 매슬린 교수는 "기후학자들을 충격에 빠트린 2021년의 기상 이변이 2022년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잦은 기상 이변과 기록적인 기온이 '뉴노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눈앞에 기후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전 세계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바다의 온난화는 여러 측면에서 우려를 낳는다. 바닷물이 더워져 팽창하면 해수면이 높아지고, 극지의 만년설 해빙도 가속한다. 해양 생태계에도 치명적이다.
바다는 최근 수십 년간 인간이 대기 중에 배출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기후 위기에 있어 일종의 완충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수온이 상승하면 이산화탄소 흡수력이 떨어져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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