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반도체 전쟁, 기회의 싹도 움트고 있어
A씨는 한국지사로 발령 난 2004년 이후 20년간 한국을 떠나는 글로벌 기업들의 부동산 정리를 숱하게 맡아왔다. 최근 외국 기업들이 지원시설이 아닌 R&D나 공장부지 선정에 대거 나선 것은 20년만에 처음 있는 현상이라고 확신했다.
한국내 부지선정을 의뢰한 외국계 기업들의 업종은 주로 반도체와 바이오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곳이라고 한다. 구체적인 입지는 반도체의 경우 수도권 남부, 바이오는 인천 송도를 1순위로 지목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등으로 중국 목을 조이자 설마 하던 글로벌 기업들의 차이나 탈출이 현실화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을 나온 하이테크 기업들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하이테크 기업들이 요구하는 제조 기반과 첨단 기술을 동시에 만족하는 지역은 한국과 싱가포르 정도 밖에 없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사이즈가 너무 작아 생산기지로는 부적합 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첨단 제조 기반과 우수한 인력, 여기에 글로벌 1,2위 반도체 기업과 바이오의약품 생산 1위 회사가 포진해 있는 우리나라를 선택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외국 기업들이 선호하는 수도권 남부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천 송도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자리 잡고 있다.
미중 패권전쟁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늘 최대 피해자이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약자로 인식됐다. 하지만 위기의 틈바구니에서 엄청난 기회가 싹 트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는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 허브가 될 기회를 놓친 적이 있다. 아태 금융허브 홍콩이 국가보안법과 엄격한 방역정책으로 추락할 때 홍콩을 대체한 곳은 한국이 아닌 싱가포르였다.
1차전에선 싱가포르에 참패했지만 중국 본토를 탈출한 첨단 제조업을 두고 벌어질 2차전에선 우리가 확실한 우위에 있다. A씨는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큰 호감을 보이는 것은 한국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의지이고, 가장 의심하는 것은 한국 정부의 정책 일관성이라고 덧붙였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