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경제 부담 우려로 미뤄졌던 올해 2분기(4∼6월) 전기요금 인상이 이르면 다음 주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안팎에서는 전기요금이 kWh당 10원 안팎 오를 것으로 보고 있어 4인 가구 기준 월 전기요금 부담액이 기존의 5만원대 후반에서 6만원대로 올라갈 전망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아직 명확한 시간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전기요금 인상이) 조만간 결정될 것 같다"며 "결정만 되면 긴급하게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당정 협의와 이사회, 전기위원회 등 절차가 남아있어 물리적으로 이번주 내 결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 전기·가스 요금에 대한 결정이 미뤄지면서 현재는 1분기 요금이 적용되고 있다.
전기요금이 원가에 크게 못 미쳐 한국전력의 손실이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는 물가 상승 등 경제 여건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제2의 난방비 폭탄'과 같은 부정적 여론이 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 결정을 미뤄왔다.
국제 에너지가 상승 흐름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면서 한전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작년 한전의 1kWh당 전기 구입 단가는 155.5원이었지만, 판매 단가는 이보다 30원 이상 낮은 120.51원이었다. 작년 한전의 영업손실은 약 32조6천억원,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8조6천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2026년까지 누적 적자 해소 등 한전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대로라면 1분기 전기요금이 kWh당 13.1원 오른 것을 제외하고 아직 38.5원을 더 올려야 한다. 2∼4분기에 세 차례 연속으로 kWh당 평균 12.8원씩을 더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정부가 이번에 kWh당 10원 안팎의 인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kWh당 인상액이) 10원 밑이 될지, 위가 될지 의견을 더 모아봐야 한다"면서도 "3월 말 시한을 이미 한 달 넘긴 상황에서 이제는 (요금 조정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심의·결정 기구인 산업부 산하 전기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강승진 한국공학대 교수는 "정무적 판단으로 결정이 늦을수록 정치적 부담이 더욱 쌓인다"며 "과도한 한전의 누적 적자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서 최소 kWh당 10원 안팎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0원가량의 인상을 가정하면, 평균적인 4인 가족(월사용량 307kWh)의 월 전기요금 부담액은 부가세와 전력기반기금까지 포함하면 기존의 5만7천300원에서 6만780원으로 3천원가량 올라 6만원대로 올라서게 된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전력 사용이 급증하는 여름철을 앞두고 인상 폭 결정에 신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상 논의가 진통을 겪는 상황에서 보수적으로 한 자릿수 인상을 예상한다"고 전했다.
가스요금 역시 올해 첫 인상이 유력한 상황이다. 가스요금은 올해 1분기 동결돼 2분기 인상 압력이 커진 상태다.
정부는 지난 1분기가 에너지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동절기인 데다 공공요금이 한꺼번에 대폭 오르면 국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전기요금만 올리고 가스요금을 동결한 바 있다.
전기·가스 요금은 향후 민·당·정 협의를 거쳐 인상 기본 방향을 확정한 뒤 이르면 내주 전기위원회, 한전 이사회 심의·의결 등 법적 절차를 거쳐 확정될 전망이다.
다만 민·당·정 협의를 주도하는 국민의힘은 전기·가스 요금 인상에 앞서 한전과 가스공사의 자구안 마련을 선결 조건으로 강력히 제시하고 있어 에너지 요금 인상 일정은 이들 공사의 자구책 제시 일정과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당은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정승일 한전 사장의 사퇴를 '자구안'의 핵심 요건으로 제시한 상태여서 정 사장의 거취 문제가 향후 전기·가스 요금 인상 일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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