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도입된 '소멸 합병' 인기..."기업가치 반영에 유리"
▶ 스팩 합병 '훈풍'…연간 역대 최대 기록 전망
2010년 스팩 합병 상장 방식 도입 이후 지난 2017년 연간 기준 21건의 스팩 합병이 이루어지며 역대 최대 스팩 상장 건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올해 2017년의 역대 최다 스팩 합병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스팩 합병 기업은 10곳으로 올해 현재까지 스팩 우회 상장을 선택한 기업 9곳과 합치면 벌써 19개사에 달한다. 하반기 스팩 합병을 예정하고 있는 기업까지 고려하면 역대 최대 기록은 무리 없이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IPO 시장이 얼어붙고 직상장 리스크가 대두되면서 스팩을 통한 기업들의 우회상장 수요가 늘어났다. 올들어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IPO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대어급은 부재하고 증시 변동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시도하는 이른바 '대어급' 기업으로는 이번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처음이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점도 스팩 합병 증가세에 한몫했다. 시장 평가를 예측하기 힘들어지면서 직접 IPO 하는 대신 조달하는 자금 규모는 적더라도 스팩 합병 방식을 선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스팩 합병의 경우 상장일 전 거래일 스팩의 주가를 기준으로 시초가가 결정된다. 주식시장에서 통상 2000원대 수준인 스팩 가격을 고려하면 자금을 크게 조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 지난해 도입된 '스팩 소멸 합병'…올들어 인기몰이
자금 조달의 어려움 뿐만 아니라 합병 시에 기존 기업의 법인격을 없애고 다시 등록해야 하는 등 절차상의 번거로움도 기존 스팩 합병 방식의 불편사항으로 꼽혔다. 기존의 법인격이 사라지면 과거 업력이 없어지고 관공서나 벤더사(Vendor)에 재등록을 해야 한다.
이런 시장의 불만을 없애기 위해 '스팩 소멸 합병' 방식이 지난해 2월부터 도입됐다. 기존 기업의 법인격을 유지하면서 기업의 밸류도 일정부분 반영해 상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 주요 골자다. 특히 상장일 전일 스팩의 종가를 시초가로 해서 상장하던 방식과 달리 기업의 밸류를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소멸 합병'의 경우 거래소에서 합병비율 등 일정 방식으로 산정한 기준가격을 기반으로 기업의 밸류가 반영된 가격으로 상장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방식보다 자금 조달도 일정부분 더 유리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스팩 합병 방식으로 상장한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스팩 소멸 합병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스팩 소멸 합병 방식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만 해도 소멸 방식보다 존속 방식으로 합병한 기업이 3배 많았다. 불안정한 증시 상황에 스팩 합병 상장이 늘어나는 추세와 함께 자사 밸류를 인정받으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 자사의 밸류에이션에 자신 있는 경우 스팩 소멸 방식으로, 기업의 밸류보다 시장으로의 안정적인 상장이 우선인 경우 기존 스팩 존속 합병 방식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 측은 "일정 정도 제도 정착 기간이 지나기도 했고 기업들이 합병 방식별 유불리를 따져 상장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며 "소멸방식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기업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스팩 소멸 상장을 선택한 기업들의 기준가격은 기존 스팩 가격 대비 높게 책정됐다. 이번 달 상장한 슈어소프트테크(9,360원)와 셀바이오휴먼텍(7,770원)은 물론 지난달 상장한 엑스게이트(5,110원), 라온텍(7,730원)도 스팩 가격 대비 높은 금액으로 상장을 마쳤다. 지난 2월에 상장한 화인써키트는 1만 5,600원으로 스팩 가격보다 7~8배 높은 수준에서 상장했다.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IPO 시장이 꿈틀하고 있지만 미국발 은행 위기가 여전히 시장 우려감을 키우고 있어 중소 기업들의 스팩 상장 움직임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특히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을 반영해 상장 시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스팩 소멸 합병에 대한 기업들의 러브콜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