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2일 검찰에 자진 출두했지만 조사를 받지 못한 채 돌아섰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전 9시59분께 변호인단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바로 청사 안으로 직행했지만 검찰이 청사 출입증을 발급해주지 않아 검사실 진입은 불발됐다.
송 전 대표는 "변호사를 통해 반부패수사2부장님 면담 요청을 했다. 오늘 면담할 수 있느냐", "전화라도 연결해달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로비에서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착잡한 표정을 짓던 송 전 대표는 약 10분 만에 발길을 돌려 청사 밖으로 나왔다.
이어 송 전 대표는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이 '총선용 정치수사'를 한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단서가 나왔는데도 수사하지 않는다면 직무 유기라고 반박했다.
송 전 대표는 미리 준비해 온 A4용지 6장 분량의 입장문에서 검찰 수사를 '전근대적 수사', '인생털이 수사', '이중 별건 수사', '총선용 정치수사' 등으로 규정하며 격정적인 어조로 부당함을 호소했다.
검찰이 신혼부부, 워킹맘, 20∼30대 비서 등 주변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며 "임의동행이란 명분으로 데려가 협박하고 윽박지르는 무도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인격 살인을 하는 잔인한 수사 행태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주위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저 송영길을 구속시켜주기 바란다"고 했다.
또 "윤석열 정권의 대미·대일 굴욕외교와 경제 무능으로 민심이 계속 나빠지자 정치적 기획수사에 '올인'하고 있다"며 "민심 이반을 기획수사로 바꿀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번 살다 죽는 목숨이다. 권불 5년이다. 비겁하게 살지 않겠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송 전 대표는 자신과 당을 둘러싼 논쟁에 대해 "송구스럽고 죄송하다"면서도 돈봉투 살포 공모, 개인적 자금조달 의혹 등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전당대회에 1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하고 후보로서 30분 단위로 전국을 뛰어다니는 상황이었다"며 "제가 모르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을 통한 자금 조달 의혹에 대해선 "한 푼도 먹사연 돈을 쓴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자신의 전 보좌관 박모씨 소환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점을 거론하며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수사 발단이 된 '이정근 녹취록'에는 증거 능력이 없는데 검찰이 위법하게 수사한다며 "3만개 중 일부를 추출해 말한 것의 신빙성을 검찰과 법원에서 다투겠다"고 예고했다.
파리에서 먹사연 회계담당자와 만나 말맞추기를 했다는 의혹에는 "그분은 단체로 프랑스 여행을 갔다가 돌아가는 길에 한번 만났다"며 사건 관련성이 없다고 해명했다.
송 전 대표의 회견에 검찰 관계자는 "수사 대상자가 적법하게 진행되는 수사 절차에 대해서 근거 없이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단서가 확인됐는데도 수사를 안 하면 오히려 직무 유기"라며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실체적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2021년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 등 경선캠프 관계자들이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키려고 총 9천400만원을 당내에 살포하는 과정에 송 전 대표가 공모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이와 별도로 송 전 대표가 먹사연의 기부금 등을 경선캠프 자금으로 동원한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먹사연 사무실을 추가 압수수색해 내부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끝내는 대로 캠프 관계자 등을 소환해 자금 조달·전달 과정을 규명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송 전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는 그 이후가 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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