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칼 아이컨, 행동주의 '공매도' 공격에 자산 증발

입력 2023-05-03 17:27  



억만장자이자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칼 아이컨(87)이 공매도로 행동주의 투자에 나서는 업체 힌덴버그 리서치(이하 힌덴버그)로부터 일격을 당해 하루 새 자산의 약 5분의 1이 증발했다.

아이컨이 이끄는 '아이컨 엔터프라이즈 LP'(IEP)가 2일(현지시간) 힌덴버그가 낸 보고서 때문에 주식 가치의 20%가 사라졌다고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힌덴버그는 이날 IEP의 재무 및 배당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내며 주가를 크게 끌어내렸다.


이번 일은 주주 행동주의 개척자 중 한 명으로 기업의 지배구조나 투명성을 놓고 비판하는 데 익숙한 아이컨이 도전을 받은 드문 사례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특히 2017년 설립된 힌덴버그는 투자 대상 기업을 샅샅이 분석한 뒤 경영 부실과 부정 의혹 등을 폭로해 주가를 떨어트리는 '행동주의 쇼트 셀러(공매도)' 회사로 알려져 있어 더 큰 관심을 끌었다. 공매도는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기법으로, 주가가 내려갈수록 이익이 난다.

힌덴버그는 보고서에서 IEP가 자산을 과대평가하고 있으며 배당금을 지급하는데 '다단계 금융'(Ponzi-like) 같은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IEP 내 사업 부문들은 최대 75%까지 가치가 부풀려 있으며, 이 회사는 순자산가치(NAV)에 218%의 프리미엄이 붙어 동종업체보다 훨씬 높게 거래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15.8%의 배당수익은 어떤 대기업들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현금보다 주식으로 자신의 배당금을 받는 것으로 배당수익을 과대포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아이컨은 신규 투자자로의 돈을 기존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IEP 주가 폭락은 아이컨의 순자산을 29억 달러(3조9천억원)나 사라지게 해, 그의 재산 추정치를 147억 달러(약 20조원)로 떨어트렸다고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전했다.

아이컨은 크게 반발하며 IEP 명의 성명에서 힌덴버그의 "이기적인"(self-serving) 보고서가 IEP 장기 주주들을 희생시켜 이익을 얻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플로리다에 본부를 둔 IEP는 에너지와 자동차, 식품포장,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으며, 아이컨은 이 회사 지분 85%를 가진 지배주주다.

힌덴버그는 올해 초 세계적 갑부 가우탐 아다니 회장이 이끄는 인도 아다니 그룹을 겨냥해 주식 가치를 1천억 달러 이상 증발하게 했다. 또 지난달에는 트위터 공동 창업자 잭 도시가 이끄는 지급결제 회사 블록을 표적으로 삼기도 했다.

힌덴버그 창업자인 30대 후반의 네이선 앤더슨을 놓고는 평판이 엇갈리고 있다. 기업을 파괴해 이익을 얻으려 하고 주가가 하락하기 쉬운 기업만 표적으로 한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기업의 깊숙한 비밀을 캐내 시장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유지하고 투자자의 더 큰 피해를 막는다며 옹호하는 측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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