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소년 비만 유병률이 급증하는 가운데, 사회경제적 불평등도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김현창 교수 연구팀은 질병관리청이 매년 실시하는 청소년건강행태조사(2006∼2020년)에 참여한 중고등학생 81만8천210명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연구팀은 키와 몸무게로 체질량지수(BMI)를 계산한 후 '한국 소아·청소년 성장도표'의 연령별 BMI 분포와 비교해 상위 5%에 해당하는 경우를 비만으로 정의했다. 사회경제적 상태로는 가구소득, 아버지 학력, 어머니 학력, 거주지역의 네 가지 지표가 사용됐다.
연구 결과, 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2006년 5.9%에서 2020년 11.7%로 약 2배가량 증가했다.
주목되는 건 가구소득과 부모 학력이 낮거나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비만 유병률이 더 빠르게 증가해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깊어지는 추세로 나타난 대목이다.
연구팀은 "2010년 이전에는 사회경제 수준 격차에 따른 청소년의 비만 유병률에 차이가 보이지 않았다"면서 "이런 불평등은 최근 10년 동안에 새롭게 나타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 비만에 대한 이런 불평등은 사회경제수준 지표 중 아버지 학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으며 다음으로는 어머니 학력, 가구소득 순이었다. 다만, 거주지역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었다.
비만 유병률 자체는 여학생(8,0%)보다 남학생(15.1%)이 높았지만, 사회경제적 격차에 따른 비만 유병률의 불평등 차이는 남학생보다 여학생에서 더 심한 점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이번 연구에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계량화한 '상대적불평등지수'(RII)로 볼 때 남학생과 여학생의 RII 값은 가구소득(1.3 vs 2.5), 아버지 학력(1.8 vs 3.2), 어머니 학력(1.5 vs 2.6)에서 모두 여학생이 훨씬 더 컸다. RII는 수치가 1보다 높을수록 불평등이 심한 것을 의미한다.
김현창 교수는 "미래세대인 소아·청소년에서 비만이 빠르게 증가하고, 사회경제적 격차가 커지는 추세는 심각한 보건 문제"라며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소아·청소년들의 신체활동을 늘리고 균형 잡힌 식사를 제공하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면서 건강 격차의 근본 원인인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줄이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역학과 건강'(Epidemiology and Health) 최근호에 발표됐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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