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결혼해야 가족인가요?"…'생활동반자법' 첫 발의

입력 2023-05-06 12:27  



한국에서는 혼인이나 혈연으로 연결되지 않은 사실혼 커플 및 동거 가족이 정식 '가정'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들은 서로의 의사나 결정을 대리할 수 없으며, 평생 함께 생활을 꾸렸더라도 한쪽이 사망할 경우 상대의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공동의 자녀는 혼외자에 속한다.

6일 여성계에 따르면 이런 '가족질서 밖 소수자'들을 위해 지난달 26일 국내 최초로 혼인이나 혈연관계가 아닌 성인 두 사람도 가족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생활동반자관계에관한법률(생활동반자법)이 발의됐다.

두 사람이 상호 합의에 따라 일상과 가사를 공유하며 서로 돌보는 관계를 생활동반자 관계로 보고 일상가사대리권, 친양자 입양 및 공동입양 등 혼인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했다.

혼인과 혈연에 얽매인 낡은 법에서 배제된 소수자에게도 권리를 준다는 의미가 있지만, 개신교 단체 등의 거센 반발이 예상돼 통과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2004년 제정된 건강가정기본법은 당시부터 가족의 정의를 너무 협소하게 뒀다는 비판을 받았다. 가족을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뤄진 단위로 정의하고 있으며, '건강가정'이라는 법률명 자체가 혼인, 혈연으로만 이뤄진 가족형태만 건강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 차별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국민 인식 및 생활과도 괴리가 있다.

비혼인 공동체, 이혼한 한부모, 미혼인 한부모가 증가하고 있고, 2020년 여성가족부 사회조사에서는 대다수 국민이 혼인·혈연 여부와 관계없이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면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답변(69.7%)하기도 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여가부는 지난 정부 시절이었던 2021년 비혼 동거 커플이나 아동학대로 인한 위탁가족도 건강가정기본법상 가족으로 인정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정부 들어서면서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라고 입장을 뒤집었다. 여가부는 "법적 가족 개념 정의에 대한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실질적 지원에 방점을 두겠다"라는 입장을 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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