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경고등'... 건전성 우려 고조

서형교 기자

입력 2023-05-09 19:16   수정 2023-05-09 19:16

    <앵커>

    이번 전세사기 사태가 금융회사들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해보겠습니다.

    경제부 서형교 기자 나왔습니다.

    앞선 리포트에서 전세사기 주택에 대한 경매가 대부분 유예되고 있다고 했는데, 이 같은 유예 조치가 은행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네, 일각에서 그런 우려가 나오는데요.

    경매가 늦어질수록 채권자인 은행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해 유동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소액임차인의 최우선변제권이 적용된 주택의 경우 금융회사가 회수 가능한 금액이 줄어들어 손실 규모가 커질 수 있습니다.

    최우선변제가 뭐냐면,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은행의 선순위 근저당설정보다 앞서 임차인의 보증금 일부를 보호해주는 겁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드는 것이니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죠.

    하지만 전문가들은 “은행 건전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은행권 대출액이 매우 적은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가 피해 주택 1723세대의 채권 보유자를 조사한 결과 시중은행은 50세대(2.9%)에 그쳤습니다.

    이렇다 보니 경매가 유예되고 최우선변제로 인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은행 건전성에는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앵커>

    그래프를 보면 확실히 은행 대출 비중이 적긴 합니다.

    그런데 새마을금고 같은 2금융권 비중이 높은 점이 눈에 띄는데요.

    제2금융권은 이미 PF대출 부실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습니까?

    이번 사태로 더 어려워지지 않겠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주택 가운데 새마을금고, 신협, 농협 등 상호금융권으로부터 받은 대출 규모가 약 74%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시중은행과 달리 2금융권을 둘러싼 건전성 악화 우려가 큰 상황인데요.

    더 심각한 문제는 앵커께서 지적하신 대로 2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부실화 가능성도 높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의 연체율은 작년 말 기준 각각 3.4%, 1.5%로 전년 말 대비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2금융권이 시중은행에 비해 자금력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가 이들 회사의 유동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현재 공식적으로 인천 미추홀구에 한정돼 있는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경우 2금융권을 둘러싼 우려는 한층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야말로 설상가상입니다.

    금융당국은 현재 2금융권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최근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도 이들 회사에 충당금을 추가 적립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당국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지만, ‘제2의 저축은행 사태’ 같은 상황은 오진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연체율이 20%에 육박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연체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긴 합니다.

    또 당시에는 외부 감독 기능이 부실했었고 무리한 대출을 해왔던 터라 지금 상황과는 다소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전세사기나 PF 대출 문제가 연쇄적으로 터지면서 건전성이 좋지 않은 일부 회사들이 도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앵커>

    일단 이번 사태가 시중은행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최근 전세자금대출 규모가 줄어들고 있지 않습니까?

    이 부분은 은행 실적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은행 실적에 다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에 대한 공포감으로 월세나 반전세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전세자금대출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서울 빌라(다세대·연립) 임대차 거래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4.0%로 역대 1분기 가운데 최소치를 기록했습니다.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도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10월 134조원에서 지난달 말 125조원으로 9조원가량 줄었습니다.

    은행권도 이 같은 변화를 현장에서 발빠르게 체감하고 있는데요.

    최근 카카오뱅크는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최근 전세 사기 등 여러 이슈로 인해 올해 전세대출 순증 증가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세자금대출은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과 함께 '3대 가계대출'로 꼽히는데요.

    은행 입장에서 중요한 수익원인 전세자금대출 규모가 줄어들 경우 중장기적으로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전문가들 사이에서 과도한 전세 대출이 전세사기 사태를 유발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전세 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가능한 겁니까?

    <기자>

    네, 이번 전세사기 문제가 근본적으로 금융회사의 무분별한 대출에서 비롯됐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실제로 전세자금대출 규모는 2012년 23조원에서 작년 말 188조원으로 10년 새 8배가량 늘었는데요.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대출을 막기 위해 전세보증비율을 낮추는 식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같은 보증기관에서 최대 100% 보증을 제공하기 때문에 대출기관이 책임질 리스크가 거의 없어 무분별하게 대출을 공급한다는 건데요.

    전문가 의견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전세 대출은 보증을 끼고 있다 보니까 여신 심사 기능을 약화시키고, 빌려주는 사람도 쉽게 빌려주고 빌리는 사람도 쉽게 대출받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보증 비율을 낮추면 부담이 커지니까 보증금이 작아지고 월세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아지겠죠.]

    일각에서는 전세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전세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DSR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최근 한국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전세대출이 갭투자 자금으로 활용되면서 주택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출 목적에 따라 DSR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경우 그동안 무분별하게 대출을 실행해온 은행들이 까다롭게 심사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요.

    이 경우에도 은행 실적에는 다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부가 전세대출을 규제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문제는 알고 있는데, 고치기가 참 어렵습니다.

    경제부 서형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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