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부 주도 '반한 정서'에 온라인도 '들썩'

입력 2023-05-09 16:41  



최근 한중 관계의 냉기류가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 내 온라인 공간에서 반한 정서가 확산하고, 중국 정부와 관변 언론인 등이 이에 힘을 실어주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우선 중국 정부의 대외 입장 표명 창구이자 특정 외국에 대한 정부의 기류를 중국인들에게 알리는 채널이라 할 외교부 대변인 일일 브리핑에서 한국에 대한 논조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환구시보 등 관영 매체들의 최근 한국 비방 보도들에 대해 "관련 매체의 관점이 중국 정부 입장을 반영하지는 않지만 중국 국내의 민의를 반영한다"고 밝혔다.

관영 매체들이 반한 보도를 하는 것과, 그것이 중국인의 정서를 대변한다고 외교부 대변인이 '확인'하는 것의 무게는 크게 다르다는 게 중평이다. 그만큼 중국인들의 대외 인식에서 외교부 대변인 일일 브리핑 내용이 갖는 영향력은 크다.

한중 관계가 껄끄럽고 중국에서 반한 정서가 퍼지는 와중에도 한국에 대한 중국 외교 대변인의 논평은 한동안 미국·일본 등에 대한 것과 비교하면 절제돼 있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작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중 민간의 상대국에 대한 정서가 악화했을 때도 중국 정부의 대한국 발언은 비교적 절제돼 있었다. 민간의 반한 여론에 불을 지를 수 있는 발언은 자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 한중 방역 문제와 결부된 단기비자 발급 상호 중단에 이어 최근 한국 외교정책이 미국·일본과의 관계 강화 쪽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것을 보면서 중국 정부는 반한 여론을 진정시키기보다는 오히려 힘을 실어주고 이를 국민 결속에 활용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 정부는 상호 존중에 입각하여 한중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며 "이런 견지에서 중국의 언론들이 품격 있고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하는 것이 한중 관계의 발전에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인들의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장은 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을 통해 반한 정서 표출을 독려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후 씨는 "우리의 민의를 숨길 필요가 없다"며 윤석열 정부가 한중 우호관계를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 중국인들의 인식임을 한국 측이 알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9일 오전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의 댓글 순위 10위 안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온라인 공간에서 확인되는 '한국 때리기' 흐름도 심상치 않다.

한 남성 한류 가수가 예정한 중국 한 대도시 공연에 입장할 여성 관객들에게 스타일리시한 복장과 화장을 요구했다는 글은 웨이보에서 8∼9일 사이 조회수 1억1천만 회를 기록했다. 이는 가수가 아닌 공연 주최 측의 요구 사항이었음에도 해당 가수의 이름이 적시된 해시태그가 확산하면서 가수 역시 피해를 봤다.



아울러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유명 배우 류이페이(劉亦菲·유역비)가 미국 유학 시절 한국인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밝힌 2009년의 인터뷰 영상이 7일부터 다시 온라인상에 퍼지며 웨이보 조회수 5억3천 회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 차이나데일리 등 대외 강경 입장을 전하는 대표적인 관영매체뿐아니라 그 외 매체들까지 한국에 비판적인 보도에 연일 열을 올리고 있다.

베이징완바오(北京晩報)는 8일 자 온라인 기사에서 "미국이 (한국에 대한)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강화하면 중한 관계에서 무역 분야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올해 1분기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30% 가까이 감소했는데 양국 관계가 냉각되면 이 수치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썼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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