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 보조원이 공인중개사를 대리해 전세 계약을 체결하거나 보증금을 가로채는 일이 잇따르면서 관련 피해도 속출한다. 집 계약 경험이 적은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은 사기 피해를 볼 우려가 큰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 김해시에 사는 40대 A씨 부부는 2017년 4월 김해시 한 다세대주택을 전세 보증금 9천500만원에 계약했다. 당시 계약을 주도한 건 공인중개사가 아닌 중개보조원이었다.
중개보조원은 부동산 중개 업무를 직접 수행하거나 계약서를 작성할 수 없지만 당시 이 계약을 주도한 B씨는 "소유주로부터 전세 계약 위임을 받았다"며 계약서상 임대인과 대리인 연락처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적고 계약을 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보증금을 주면 소유주에게 전달하겠다고 속여 보증금 일부인 3천만원을 받아 챙겼다.
하지만 이는 모두 거짓이었다.
A씨의 2년 계약이 끝날 즈음 건물 소유주는 A씨에게 왜 남의 집에 살고 있느냐며 자신은 B씨에게 계약을 위임한 적도 없다며 A씨를 상대로 건물 인도 소송을 제기했다. 정상적인 계약이라 믿고 잘살고 있던 A씨는 한순간 남의 집을 무단 점거한 신세가 됐다.
알고 보니 B씨는 이미 이 같은 방법으로 김해 등지에서 여러 차례 사기 등 행각을 벌였고 2021년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됐다.
피해자인 A씨는 소유주가 제기한 소송에서 소유주에게 825만원을 지급하라는 법원 결정에다가, B씨에게 사기당해 돌려받지 못한 3천만원까지 막대한 피해를 봤다.
이 사건으로 A씨 부부는 개인 회생을 신청해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했으며 지금까지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해당 다세대주택은 최근 경매까지 넘어가 이달 말 입찰을 앞두고 있지만 A씨가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없다.
A씨는 "보증금을 못 돌려받은 것도 억울한데 2년간 관리비까지 다 냈음에도 오히려 무단 점거를 했다고 하니 너무 억울하고 황당하다"며 "전세 자금 대출금을 갚지 못해 6년간 모든 경제 활동에 제약이 걸렸다. 전세사기 피해자로서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A씨처럼 중개보조원 말을 믿고 계약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는 빈번히 발생한다. 지난해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43건 중 29건(67.4%)이 중개보조원 사고였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중개보조원은 중개 현장을 안내하거나 일반 서무를 돕는 등 말 그대로 공인중개사를 단순히 보조하는 역할만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중개보조원이 매물을 보여주거나 계약할 때도 공인중개사의 위임을 받아 괜찮다고 하는 등 부동산 계약을 잘 모르는 이들을 상대로 한 위법 행위가 빈번히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중개보조원에 대한 역할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대학원장은 "공인중개사의 위임을 받았다고 하는 말은 모두 위법인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중개보조원의 역할을 더욱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업무 교육도 늘리는 등 정부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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