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12일 귀국했다. 2014년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최장기간 해외 출장이다.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미국에서 바이오,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차세대 모빌리티 등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20여명을 두루 만난 뒤 이날 새벽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미국으로 출국한 지 22일 만이다.
이는 작년 10월 회장 취임 이후로는 물론이고, 2014년 5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쓰러지며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가장 긴 기간의 해외 출장이다.
이 회장은 윤 대통령의 국빈 미국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한미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 미 국무장관 주최 국빈오찬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경제사절단 일정이 끝난 뒤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미국에 남은 이 회장은 동부 바이오 클러스터와 서부 실리콘밸리 ICT 클러스터를 횡단하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존슨앤존슨 등 총 20여명의 글로벌 기업인을 만났다. 출장 기간 매일 한명 이상의 거물급 CEO를 만난 셈이다.
여기에는 엔비디아 창업자인 젠슨 황 CEO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글로벌 CEO들과 중장기 비전을 서로 공유하고, 미래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함께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간의 미국 출장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지고 '뉴 삼성'을 이끌 미래 먹거리에 대한 전략을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글로벌 ICT 시장의 불황 속 미래 성장사업을 새 주력 먹거리로 길러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중대 기로에서 이 회장이 직접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동해 신사업 전략을 모색하며 돌파구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빠듯한 일정 속에서 AI 분야 석학들과의 교류에도 상당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글로벌 AI 분야 전문가들과의 회동을 통해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AI 활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삼성전자와의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 논의했다.
앞서 이 회장은 2018년 항소심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에도 첫 해외 출장 일정을 유럽과 캐나다의 'AI 탐방'으로 잡아 이 분야 석학들과 교류하고 핵심 인재 영입에 직접 나서는 등 역량 강화를 모색해 왔다.
아울러 이번 출장 기간 바이오 업계 리더들과의 연쇄 회동을 통해 글로벌 협업을 강화, 바이오 사업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회장은 호아킨 두아토 J&J CEO, 지오반니 카포리오 BMS CEO, 누바 아페얀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CEO, 크리스토퍼 비에바허 바이오젠 CEO, 케빈 알리 오가논 CEO와 만나 바이오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발굴을 위한 상호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북미 판매법인 직원들을 만나 글로벌 공급망 현황을 점검하고 "출발점은 중요하지 않다. 과감하고 끈기있는 도전이 승패를 가른다. 반도체 성공 DNA를 바이오 신화로 이어가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재계는 이 회장이 이번에 만난 기업인들이 주로 AI와 전장용 반도체, 차세대 통신, 바이오 등 이 회장이 삼성의 '미래 성장 사업'으로 점 찍고 집중 육성하는 분야를 주도하는 리더들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미국 출장이 유례없이 길었던 만큼 삼성의 미래 전략을 구체화하고 '뉴 삼성' 비전의 기틀을 다지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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