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는 15일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발표에 급한 불은 껐다면서도 한국전력의 적자 부담은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요금 인상 폭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 미친 탓에 주가는 하락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8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1분기 전기요금을 kWh당 13.1원 인상한 이후, 물가 상승 우려와 국민 여론 등을 고려해 2분기 전기요금 조정을 미루다가 이날 소폭 인상을 결정했다.
이와 함께 한전은 지난 12일 여의도 남서울본부 건물 등 부동산 자산 매각과 전체 임직원 임금 동결 등을 통한 총 25조7천억원 규모의 자구안도 발표한 상태다.
이처럼 정부와 한전이 적자 문제 해소를 위한 방안을 연달아 내놨지만, 증권가는 한전 기업가치 개선 측면에서 아쉽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요금 인상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부담이 너무 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별도 기준으로 볼 때 (적자로 인한 자본 감소가) 발전자회사들보다는 한국전력 중심으로 관련 부담이 지워진 상황"이라며 "1분기 적자의 절반 수준으로 적자가 줄더라도 추가로 2조원 이상의 자본은 줄어들 것"으로 봤다.
증권가는 추가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산자부가 작년 연말 국회에 제출한 한전의 경영 정상화 방안 문건에서 올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kWh당 51.6원으로 산정된 바 있다. 이는 실제 올해 들어 현재까지 두 차례 단행된 인상 폭(kWh당 21.1원)보다 곱절 이상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추가 인상이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요금 인상은 한전의 누적 영업이익 해소는 둘째치고 1개 분기의 흑자 전환에도 부족한 규모"라며 "시장에서는 전력 사용 성수기인 3분기가 지나고 10월에 추가 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이는 정책의 영역인 만큼 물가와 국민 여론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 전망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민재 연구원도 "한국전력의 악화한 재무구조를 해결하려면 추가 요금 인상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3분기는 전력 사용이 많은 여름이라 대대적인 인상은 어려울 전망이며, 4분기나 내년 상반기 역시 (총선 등) 대외 변수로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한전이 내놓은 자구책에 대해서도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전이 영업 적자를 기록한 이유는 석탄·석유·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한 만큼 요금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대규모 자구책을 발표했지만,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증권가는 한전이 최소 2분기까지는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1분기에 이미 6조1천776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한전이 2분기에도 약 2조9천500억원의 적자를 낸 뒤, 3분기 약 9천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4분기에는 재차 1조6천3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주가로 나타난 시장의 반응은 실망에 가까웠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전력은 전 거래일보다 2.13% 떨어진 1만9천2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장중 전 거래일보다 3.40% 하락한 1만9천30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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