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사태로 국내 증시가 뒤숭숭한 가운데 상장사들의 횡령·배임 문제가 투자자들의 또다른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이아이디에 대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했다. 전현직 임원 등의 횡령배임설에 대해 거래소가 요구한 조회공시에 불이행했다는 이유에서다.
이화그룹 경영진이 배임과 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받으면서 김성규 이아이디 대표이사에 대해서도 서울지방검찰청으로부터 구속영장청구가 발부됐다. 지난 11일 이아이디는 김 대표가 조세범처벌법위반 및 특정가중범죄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속영장 청구가 발부됐다는 사실을 공시한 바 있다. 당시 김 대표의 횡령 금액은 약 8억원으로 기재됐으나 거래소는 실질적으로 수백억원 규모의 횡령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이아이디에 대한 매매거래를 정지하고 조회공시를 추가로 요구했다.
이아이디의 사업 전망을 보고 투자한 투자자들은 골머리를 앓게 됐다.지난 10일에는 리튬 광산 프로젝트에 대한 지분투자와 생산 리튬에 대한 장기 구매를 위해 캐나타 노람리튬과 사전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지난달 이차전지 테마와 묶이면서 주목 받은 이아이디가 사업영역을 확대하면서 밸류체인 전반을 구축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시장에 제기됐다.
이달 들어 이아이디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및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추가 주식이 대거 시장이 풀리며 이아이디의 주가는 이미 크게 떨어진 상황이었다. 여기에 대표이사의 횡령 혐의까지 더해지며 이아이디 투자자들의 시름은 더 깊어졌다.
한국항공우주는 지난 12일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횡령 및 배임 금액은 100억원으로 작년 말 연결기준 재무제표 기준으로 자기자본의 0.69%에 해당하는 규모다. 방산주 기대감으로 11일 3% 가까이 상승해 5만 2,500원을 기록한 한국항공우주의 주가는 이후 3거래일만에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에이티세미콘 역시 대표이사 및 임원들의 횡령 혐의로 거래소로부터 주권매매거래정지 조치를 받았다. 지난달 21일 에이티세미콘의 대표이사와 부사장, 대외협력부장 등 3명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로부터 구속기소를 받았다. 무자본 M&A로 인수 회사의 자금 약 155억원을 횡령하고 1,800억원에 달하는 불법 외환거래에 가담한 혐의다. 사태 이전 997원까지 올랐던 에이티세미콘의 주가는 600원까지 떨어졌다. 불과 7거래일만에 주가가 40%나 빠진 셈이다.
상장사들의 횡령과 배임 문제가 끊이지 않고 투자자를 괴롭히는 요인으로는 낮은 처벌 수위, 미흡한 내부 통제 등이 꼽힌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횡령· 배임죄의 형량을 높여 위반 동기를 억제하고 내부회계 관리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09년 시행안에 머물러 있는 횡령·배임죄의 권고 형량 기준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