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송대행기관 선정은 논의 필요
14년째 공회전을 거듭했던 법안이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안이 드디어 국회 첫 번째 문턱을 넘었습니다. 본회의까지 통과하게 되면 앞으로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생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 지, 취재기자와 자세하게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경제부 장슬기 기자 나와있습니다.
장 기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안이라는게 전산으로 실손보험금 청구가 된다는 의미죠? 구제적으로 절차가 어떻게 바뀌는 겁니까?
<기자
가장 큰 변화는 실손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종이영수증이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현재 가입자들은 병원진료를 받은 뒤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려면 병원에서 따로 영수증이나 진료세부내역서를 발급받아야 했습니다. 해당 서류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앱을 통해 보험사에 보내거나 서류에 붙여서 팩스로 보내는 형태가 대표적인데요.
이제는 모든 진료데이터가 전산화되면서, 병원 진료 후 소비자가 보험사에 데이터를 전송해달라고 요청하면 병원에서 보험사로 정보를 보내주는 방식으로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가장 기대되는 효과는 소액 청구입니다. 앵커도 소액으로 나온 진료비는 귀찮아서 청구를 하지 않은 적 있지 않습니까?
<앵커>
그렇습니다.
<기자>
절차가 복잡해서, 또는 소액이라 귀찮아서 청구하지 않은 실손보험금은 연간 3천억 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앞으로 종이서류 준비 절차가 사라지고 데이터 전송만으로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게 되면 그 동안 청구하지 않았던 소액건들도 가입자들이 편하게 청구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앵커>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법안인데, 그간 의료계에서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법안 통과가 늦어졌습니다.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것은 어떤 점입니까?
<기자>
먼저 이 법안이 통과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그 동안 종이서류를 전산으로 입력하는 과정에서 소요됐던 인력이나 행정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전산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은 남아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용절감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병원의 경우에도 서류를 따로 출력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지긴 하지만 진단서 같은 일부 서류는 비용을 받고 제공하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때문에 소소하지만 수익에도 일부 영향은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요. 또한 데이터를 보험사에 직접 전송해줘야 하는 만큼 행정업무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계가 이 법안을 반대했던 가장 큰 이유는 민감정보의 데이터화입니다. 아무래도 병원별로 천차만별인 비급여 의료수가가 데이터로 전송된다는 점은 의료업계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민감정보 유출 가능성을 지적했는데, 사실 보험사와 병원간 데이터 전송을 담당하는 중계기관, 전송대행기관이라고 하는 곳을 통해 여러 데이터가 이동하기 때문에 결국 이 데이터가 쌓여 의료수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습니다.
<앵커>
두 기관 사이에 데이터 전송을 담당하는 전송대행기관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겁니까?
<기자>
네. 이번 법안소위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은 통과됐지만, 전송대행기관을 어디로 선정할 지는 여야간 의견이 합의되지 못해서 시행령에 위임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당초 간소화법안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전송대행기관으로 하는 내용이었는데, 이 역시 의료업계가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심평원은 현재 보험심사를 담당하는 기관이라 병원같은 의료기관들과 이미 전산시스템 등이 잘 구축이 돼 있습니다. 하지만 심사를 맡는 기관에 비급여 관련 데이터까지 쌓이게 되면 추후 비급여 가격의 통제가 이뤄질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현재 대안책으로 보험요율 산출이나 통계업무 등을 담당하는 보험개발원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의료업계는 '보험사의 영향을 받는 기관'이라며 다른 대안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미 간소화 큰 틀은 의결이 된 사항이기 때문에 전송대행기관을 어디로 선정할 지에 대한 세부사항은 논의가 더 이어질 예정입니다.
<앵커>
이번 간소화법안을 놓고, 의료데이터가 쌓이게 되면 보험금 지급 거절이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우려도 있습니다.
<기자>
네, 의료업계와 일부 소비자단체에서 우려했던 부분입니다. 민감정보들이 쌓이게 되면 보험사가 이를 악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인데요.
우선 이번에 의결된 보험업법 개정안 제102조의6 제5항을 보면 '전산시스템 운영 업무에 종사하는 자는 위탁받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얻은 정보와 자료를 서류전송 업무 외에 용도로 사용하거나 보관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단 법적으로 데이터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또한 보험업계에서는 간소화의 핵심은 청구 방식을 종이로 주느냐, 전산으로 주느냐의 방식 변화만 발생하는 것 뿐이지 보험금 지급에 영향을 줄 순 없다고 설명합니다. 사실 지금도 종이로 온 서류는 보험사 내부에서 데이터형태로 최종입력이 되고 있기 때문에 과정만 변화할 뿐 결과적으로 바뀌는 것은 없다, 이런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악용이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안 시행 후 금융당국에서 현장점검을 통해 추가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주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장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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