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상임의장,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2시간 동안 만찬을 했다고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만찬사를 시작하며 두 EU 수장의 모국어를 고려해 각각 프랑스어와 독일어로 환영 인사를 건넸다.
윤 대통령은 'EU 아버지'로 불리는 로베르 슈망 프랑스 전 외무장관이 73년 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탄생을 선언하며 "유럽은 단지 하나의 계획이 아닌, 실질적 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구체적인 성과들을 통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한 점을 상기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EU는 이제 한국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보다 확대된 연대를 도모하고 있다"며 이날 정상회담을 통해 협력의 폭과 깊이가 한층 깊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며 두터운 협력 관계를 구축해 온 한국과 유럽연합은 국제사회에서 가장 이상적인 연대 파트너가 됐다"며 "새로운 60년을 향해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우리의 자유, 평화, 번영을 향한 강력한 연대를 위하여"라고 외치며 건배를 제의했다.
미셸 EU 상임의장은 답사에서 "한국과 유럽연합은 지구 반대편에 있지만 그 어떤 인접국보다도 가깝게 자유, 인권, 법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라고 화답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가 침범됐는데 한국이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지지해 준 것을 주목한다"며 "우리의 연대와 우정을 통해 앞으로 세계가 좀 더 안정적인 환경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우리는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수호하려는 우크라이나의 노력을 계속 지지하며, 한반도를 드리우는 위협의 그림자에도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통일된 미래와 국민들, 한국과 유럽연합의 굳건하고 오랜 관계"를 언급하며 '위하여'라는 한국말로 건배를 제의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만찬에서는 윤 대통령이 지난달 말 방미했을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국빈만찬에서 부른 '아메리칸 파이'가 화제에 올랐다.
미셸 상임의장이 "저는 윤 대통령처럼 노래를 잘할 수 있는 재능이 없기 때문에 여기서 노래하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오늘 윤 대통령이 상임의장의 잔을 계속 채워준다면, 뒤에 오케스트라도 있으니 우리가 '아메리칸 파이'는 아니더라도 '벨기에 파이'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만찬에는 한국 고유 식재료를 활용한 가리비 잣즙 냉채, 밤 가루를 올린 단호박죽, 새싹인삼을 올린 신안 민어찜, 양념 갈비구이와 구운 채소, 완도 전복미역국, 홍삼 아이스크림과 유자 냉차 등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 앞서 EU 지도부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국회 한-EU 의회외교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을 각각 소개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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