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인데 세금은 안내고 싶습니다

이민재 기자

입력 2023-05-23 12:00  

"고액 복권 당첨 후 재산 은닉 36명"
국세청, '집·차 호화 생활' 557명 조사

국세청 "고액 체납 재산 추적·징수"


유통업을 운영하던 C씨는 법인의 수입 금액 누락에 따른 인정 상여로 부과된 종합소득세 등을 납부하지 않아 고액 체납 발생했다. 이런 중에 C씨는 수십억 원 상당의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됐다. 하지만 C씨는 세금 납부를 피하기 위해 당첨금 상당액을 가족 계좌로 이체하고 일부는 현금, 수표로 인출했다.

미등록 사채업을 운영하는 E씨는 수입 금액 누락에 대한 세무 조사를 받고 관련 종합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아 고액 체납이 발생했다. E씨는 누락한 수입 금액을 소득이 없는 배우자 명의로 관리하며 배우자 이름으로 고가 주택과 고급 외제차를 구입했다. 해외 유학중인 자녀에게 배우자 계좌로 정기적으로 유학 자금을 송금하고 자녀가 해외에서 배우자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도록 하는 등 재산을 가족에게 이전했다.


국세청은 22일 고액 체납자에 대한 재산 추적 조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복권 당첨자, 지역주택조합 분양권 취득자를 기획 분석해 선정한 261명과 가족 및 친인척 등 명의를 이용해 재산을 숨겨놓고 호화 생활을 영위하는 체납자 296명 등 총 557명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국세청은 합유 등기 등 변칙적 수법으로 강제 징수를 회피하는 행위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며 납부 여력이 있음에도 고의로 체납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유는 2인 이상의 조합체로서 물건을 공동 소유하는 소유 형태다. 체납자들은 합유자 지분에 대한 직접 압류가 제한되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



국세청은 허위 근저당 설정을 이용해 강제 징수를 회피한 체납자 135명, 고액 복권에 당첨된 후 재산 은닉한 체납자 36명, 지역주택조합 분양권을 소유한 체납자 90명에 대한 재산 추적 조사를 진행했다. 재산추적 조사는 각종 증거자료 확보, 소송 제기, 형사 고발 조치로 세금을 징수하는 고강도의 체납 처분 과정을 말한다.

국세청은 기획분석 261명 관련 103억원의 체납 세금을 현금 징수, 채권 확보했다. 나머지 고액 체납자 296명에 대해서도 재산 추적 조사를 진행 중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체납자의 실 거주지, 생활 실태를 파악하고 동거 가족의 소비지출 내역, 소득·재산 변동 상황, 금융 거래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추적 조사로 2조 5,629억원의 체납 세금을 징수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강제 징수를 회피하며 호화 생활을 하는 고액 체납자에 대해서 숨긴 재산을 끝까지 추적하여 징수할 것"이라 면서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생계형 체납자에 대해서는 압류, 매각 유예 등 적극적인 세정 지원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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