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해 구매 금지 조치를 내리자, 중국은 물론 한국의 반도체 기업에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홍콩 매체들이 전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중국의 사실상 마이크론 제품 판매 금지로 인해 고객들이 한국·중국 기업 등 대체 공급업체로 향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지난 21일 마이크론 제품에서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돼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중요 정보 인프라 운영자에 대해 이 회사 제품 구매를 중단하도록 했다. 지난 3월 31일 마이크론에 대한 심사 개시를 발표한 지 50여일 만에 내려진 조치다.
일각에서는 마이크론의 주요 중국 고객이 판매 금지 대상인 정보기술(IT) 인프라 업계가 아니라 스마트폰·PC 등 전자기기 제조업계인 점을 고려하면 마이크론이 받을 타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지만, SCMP는 중국의 제재가 '사실상의 판매 금지'라고 봤다.
SCMP는 처벌의 규모에 비해 조사의 결과가 상당히 빨리 나왔다며 이는 중국 시장이 마이크론에 대해 차단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짚었다.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 소식에 전날 상하이·선전 증시에서는 중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이들이 마이크론의 공백을 메울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중국 중신증권은 전날 보고서에서 중국 고객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기업이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같은 중국 기업으로 발주를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은 중국의 반도체 자립 정책에 힘입어 최근 몇 년간 마이크론 같은 업계 선도 업체들을 추격하고 있다.
IPG차이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바이 원시는 "첨단 메모리 반도체는 여전히 미국·일본·한국 기업들이 점령하고 있다"면서도 "마이크론이 중국의 국가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중국 기업들이 중·고급 메모리 칩 분야에 진입할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산업 전문가 스라반 쿤도잘라는 YMTC나 CXMT가 마이크론을 대체할 위치가 아니기에 나란히 중국에 공장이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단기적으로 수혜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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