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체포돼 기소된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계속 구금된 상태로 재판받게 됐다.
몬테네그로 일간지 '포베다'는 24일(현지시간)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검찰의 항고를 받아들여 보석을 허가한 하급법원의 결정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포베다'는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홍보 책임자인 마리야 라코비치에게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이 지난 12일 권 대표와 그의 측근 한모 씨의 보석을 허가하자 검찰은 이에 불복해 상급 법원에 이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항고했다.
검찰은 권 대표 등의 재력에 비해 각각 40만 유로(약 5억8천만원)의 보석금이 턱없이 적고 이들이 인터폴 적색 수배를 받는 만큼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상급 법원인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보석을 위해 제시한 총 80만 유로가 도주를 막기에, 충분한 금액이 아니라는 검찰의 주장에 동의했다고 '포베다'는 전했다.
권 대표와 한씨는 지난 11일 첫 재판에서 경제력을 묻는 이바나 베치치 판사의 질문에 둘 다 "미디엄(medium·중간 정도의)이라고 답했지만 실제로는 부동산으로만 수십억 원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 대표는 아내와 공동명의로 소유한 한국의 아파트가 300만 달러(40억원) 정도 된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다른 자산은 변동성이 크기에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 대표 등이 내건 보석금이 이들의 경제력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준이라서 도주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권 대표 등은 현재 포드고리차 서북쪽에 위치한 스푸즈 구치소에 구금돼 있다.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검찰의 항고를 기각했다면 각각 40만 유로를 내고 보석으로 풀려날 수 있었지만, 법원이 검찰의 항고를 인용함에 따라 계속 구금된 상태로 남은 재판을 받게 됐다.
권 대표의 다음 재판은 6월 16일에 열린다.
앞서 권 대표 등은 3월 23일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갖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검거됐다.
당시 이들의 수하물에서는 벨기에 위조 신분증도 발견됐다. 현지 검찰은 권 대표 등을 공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해 현재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다.
몬테네그로 현지법에 따르면 공문서위조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최저 3개월에서 최고 5년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권 대표는 가상화폐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다. 지난해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들의 피해액은 5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권 대표는 이 과정에서 거액의 범죄수익을 은닉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권 대표가 보석으로 풀려날 경우 외부 통신망 등을 활용해 각종 자금을 인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수익금 인출에 대한 우려는 다소 덜 수 있게 됐다.
현재 한·미 수사당국이 몬테네그로 법원에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상태에서 권 대표 등이 법원의 보석 취소 결정에 어떻게 법적으로 대응할지 관심이 쏠린다.
권 대표 등이 보석을 재신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자칫 송환도 더 늦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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