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특별법을 발표한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법안에 대한 논의 조차 시작하지 않았고 각 지역마다 사정도 제각각이서 혼란만 가중되고 있습니다.
1기 신도시의 대장주로 꼽히는 분당의 경우 하던대로 리모델링이나 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방서후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분당 정자동에 위치한 느티마을 3단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이곳은 지난 달부터 이주가 시작돼 벌써 100가구 이상이 짐을 쌌습니다.
[느티마을 거주민: 이사 가려고 다 준비하고 있어요. 어차피 하기로 한 거니까, 애초에 리모델링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삼십 년 가까이 산 정든 집이지만 하루에 세 집 꼴로 떠날 만큼 이주가 활발한 이유는 단 하나.
하루라도 빨리 새 아파트에서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느티마을 거주민: 처음 입주할 때부터 지금까지 29년 간 살았습니다. (리모델링 돼서) 굉장히 좋죠. 새 집으로 만들어주고 주차 문제도 해결해주고. 주거 여건이 점점 더 좋아지니까. 그동안 불편했던 부분들이 해소되는 측면이 있고. 그래서 대부분 조합원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했습니다.]
바로 옆 느티마을 4단지는 이번주부터 이주가 시작되고, 인근 구미동 무지개마을 4단지는 지난 달 이주를 마쳤습니다.
"정부가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마련해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주고 있지만, 이곳에서는 빠르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리모델링을 고수하는 분위기입니다."
용적률을 500%까지 늘려주는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는 한 사업성은 떨어지고 속도도 오래 걸리는 재건축만 바라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분당 아파트 거주민: (리모델링 단지도) 7년 뒤 입주한다고 하잖아요. 우리가 어디서 몇 년을 살다가 들어와야 할 지도 모르고 7년 후에 내가 살아 있을 지도 모르는데 (재건축을 기다리면) 뭘 합니까.]
실제로 리모델링 반대 가구들과 소송을 겪다 사업이 지체됐던 한솔5단지는 사업 재개에 필요한 주민들의 동의서를 한 달 만에 97.5% 확보했습니다.
아직 조합 설립 이전 단계인 한솔6단지도 재건축 대신 기존에 추진해 온 리모델링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한 때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직접 현장을 돌며 재건축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지만, 결국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
[원희룡 / 국토교통부 장관: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성남시 자체에 권한을 많이 준 겁니다. 성남시의 계획은 성남시의회에서도 통과돼야 정비계획이 확정되는 거거든요.]
전문가들은 10년 전 규제가 풀린 리모델링조차 1기 신도시에는 착공한 단지가 없다며, 더 이상의 선심성 정책은 주민들에게 통하지 않을 거라고 지적합니다.
한국경제TV 방서후입니다.
영상취재: 김재원, 영상편집: 이가인, CG: 김민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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