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폭발하는 줄 알았어요. 비행기 사고로 이렇게 죽는 거구나 싶었습니다."
26일 제주공항을 출발해 대구공항 착륙 직전 출입문이 열리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에 탔던 A(44)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도착 10분 전쯤 갑자기 폭발음과 함께 좌측 중간에 있는 문이 열렸다"며 "기압차가 발생하면서 에어컨과 송풍기로 보이는 곳에서 순식간에 먼지가 나와서 비행기 내부가 뿌옇게 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 문 쪽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 기절하는 것처럼 보였다"며 "승무원들은 기내 방송으로 승객 중에 의료진이 있냐고 찾았고 사람들은 뛰어다니고 난리였다"고 전했다.
몇몇 탑승객들은 출입문이 열린 당시 상황을 목격하기도 했다.
탑승객들은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귀가 찢어질 듯한 통증과 함께 항공기가 빠른 속도로 착륙을 시도해 '쾅'하는 소리를 냈다"고 전했다.
결국 항공기는 문이 개방된 채로 착륙했다.
A씨는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이 갑자기 출입문을 열고 뛰어내리려고 했다"며 "승무원들이 남자들한테 도와달라고 외치고 주변에서 다 달라붙어서 그 남성을 비행기 안으로 당겼다"고 설명했다.
A씨는 "열린 출입문 쪽에 학생들이 많이 타고 있었는데 그 상황을 고스란히 목격했다"고 전했다.
해당 항공기에는 27일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참가하는 제주 초·중등 육상 선수들이 탑승했다.
육상부 코치 B씨는 "비행기 바퀴가 바닥에 닿기 전에 갑자기 문이 열렸다"며 "승무원들도 많이 당황해 보였고, 다급하게 앉으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총 38명 타고 있었는데 다들 놀라서 울고 소리지르고 했다"며 "아이들 심리 상태가 무엇보다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날 사고는 제주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 항공기 출입문이 12시 45분 대구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열리면서 발생했다.
대구경찰청은 26일 착륙 중인 비행기의 출입구 문을 열려고 한 혐의(항공보안법 위반)로 C(33)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범행 당시 항공기는 지상에서 250m가량 상공에서 착륙하고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범행 당시 항공기 객실 승무원이 여러명 있었지만 착륙 직전인 상태라 그를 제지하지 못했다.
이 범행으로 비행기에 타고 있던 승객 12명이 호흡곤란 등 증세를 호소해 일부가 병원으로 옮겨졌다.
제주에서 혼자 탑승한 C씨는 착륙 직후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체포 당시 술을 마시지는 않은 상태였다. 그는 범행 동기 등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경찰을 "C씨가 정상적인 대화를 하기 힘든 상황이다"며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한 뒤 처벌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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