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여의도 일대의 용적률을 완화하고 높이 제한까지 폐지하면서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급매물이 사라지고 호가도 수 억원씩 치솟고 있는데, 초고층 아파트가 실제로 들어서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습니다.
양현주 기자가 여의도 일대를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한민국 정치와 금융의 중심지인 여의도.
화려한 수식어가 무색하게 곳곳엔 지어진 지 50년도 더 돼 칠이 벗겨진 아파트들이 눈에 띕니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가 여의도 일대 지구단위계획안을 내놓으면서 노후 아파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직접 알아보겠습니다.
여의도 일대를 세계적인 금융도시 맨해튼처럼 개발한다는 서울시의 밑그림이 공개됐습니다.
금융지구뿐만 아니라 아파트도 용도지역을 상향해 용적률과 높이 규제를 완화한 게 핵심입니다.
제가 있는 이곳은 여의도 증권가 일대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출근을 서두르는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야간 휴일의 여의도에는 정반대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휴일의 여의도는 불 켜진 곳과 사람을 찾기 어려워 흡사 '유령도시'처럼 보입니다.
서울시는 여의도 상업지구에 주거 기능을 강화해 주말이나 야간에 사람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해결할 계획입니다.
여의도를 짓눌렀던 각종 규제들이 풀어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강변 단지의 경우 통합 재건축해야 한다는 강제성도 사라졌습니다.
[박주희 / 공작아파트 입주민: 오래 살았는데 워낙 다 낡아서 (재건축이) 빨라지면 좋죠. 녹물 엄청 나와요. 필터를 쓰긴 하는데, 3일 정도 쓰면 갈아줘야 하고…]
[삼부아파트 입주민: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긴 한데 조금씩 기대하는 부분이 있어요]
연이어 전해진 개발 호재로 여의도 일대의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뜨겁습니다.
집주인들은 기대감에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고, 호가를 크게 높였습니다.
지난달 광장아파트가 23억 7,500만 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는데 현재 해당 평수는 호가만 28억 원에 달합니다.
[인근 공인중개사 A: 2주 사이에 남아있는 급매를 주인들이 거둬들였고요. 호가도 높아진 편이에요. 삼부아파트의 경우 큰 평수 실거래가 안 돼요. 근데 호가는 (60평에) 거의 50억 원 가까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
강남이 부럽지 않은 재건축 사업 소식에 건설사들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재건축 속도가 비교적 빠른 공작아파트에는 보시는 것처럼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건설사들의 홍보전이 치열합니다.
규제가 사실상 없어졌다고는 해도 여의도 일대에 70층 높이의 아파트가 실제로 들어설지는 미지수입니다.
현재 여의도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대부분이 50층을 넘기는 안을 추진 중인데, 문제는 돈입니다.
50층이 넘어가는 초고층 아파트를 지을 경우 공사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추정 분담금에 부담을 느끼는 주민도 적지 않습니다.
[김승주 / 공작 아파트 입주민: 분담금 부담 되죠. 얼마나 나올진 모르겠지만 우려스러운 건 건축비 많이 오르고 물가 높으니까 얼마나 예상치 못하게 2~3년 안에 오를지 그게 우려스러운 거죠.]
현재 여의도 한양아파트 추정 분담금 등을 보면 58평형 소유주가 149㎡를 소유하려면 2억 원가량을, 221㎡를 소유하려면 16억 원가량을 더 내야 합니다.
문제는 최근 공사비, 인건비 인상으로 분담금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실제 반포주공 1단지의 경우 2천억 원에 달하는 추가 공사비 때문에 49층을 포기하고 35층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권일 /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 (여의도의 경우) 아직은 사업 초기기 때문에 향후 인상되는 공사 원가로 인한 사업비용이라든지, 여러 이해관계로 얽힐 수 있는 요소도 충분히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봐야…]
여기에 향후 기부채납 비율 등이 반영됨에 따라 추가적인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국경제TV 양현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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