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 보다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화려한 컴백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산업부 정재홍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정 기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가 최근 많이 올랐습니다. 드디어 반도체의 시간이 온 건가요.
<기자> 속단하긴 이르지만 분위기가 반전된 건 분명하다는 진단입니다. 상승 전환 신호탄은 미국 엔비디아가 쐈습니다.
지난주 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시장 예상 보다 약 10% 높은 71억 9천만 달러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습니다.
무엇보다 다음 분기(회계연도 2분기) 매출 전망치를 시장 전망치 보다 50% 높은 110억 달러로 제시하면서 기대감을 더 높였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실적 발표에서 "급증하는 AI 수요 충족을 위해 공급을 크게 늘리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챗 GPT같은 생성형AI 수요가 높다는 말인데요.
생성형AI 필수요소로 서버용 DDR5, 고대역폭 메모리(HBM) 같은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가 꼽힙니다. 엔비디아 서버용 GPU는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하니 덩달아 우리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최신 D램 규격인 DDR5 고용량 제품 점유율은 지난해 1%대에서 올해말 26%, 내년에는 35%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올초부터 AI 열풍이 불었지만 기대만 클 뿐 우리 기업들의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잖아요.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점이 왔다고 봐도 될까요.
<기자> 통상 우리 반도체 기업들, 특히 삼성전자 주가는 6개월~12개월 이상 선행한다고 보잖아요.
다시 말해, 7만 전자의 저력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 우리 기업들의 실적은 여전히 좋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삼성전자는 10조 원대 연간 반도체 적자를 피하긴 어렵고, SK하이닉스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실적은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기 때문에 올해말이나 내년 경기지표가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올해 전체 D램 수요가 공급을 앞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긍정적인 신호는 나오고 있습니다.
단, 반도체 경기지표가 확실하게 반전된 건 아닙니다.
내일 5월 D램과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이 나올텐데, 지난달까진 D램, 낸드플래시 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했습니다. 고성능 DDR5의 경우 가격 상승세를 보이긴 했지만 점유율이 아직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주가 급등이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합니다. 하반기 반등 방향성 자체는 맞지만 냉정해질 필요는 있다는 건데요. 앞으로 나올 지표들을 더 확인할 필요는 있습니다.
<앵커> 낸드플래시를 주로 공급하는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합병도 다시 언급되는 등 공급진영의 지각변동도 예고돼 있습니다.
궁금한 건 현재 반도체 업황을 고려했을 때 우리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인데요.
<기자> 삼성전자가 메모리 감산카드를 늦게 꺼내들면서요. 경쟁자들의 재무구조도 상당히 악화된 상황입니다. D램과 낸드를 병행하는 기업들은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낸드플래시가 주력인 기업들은 상황이 더 안 좋습니다.
그 결과로 낸드플래시 2위 키옥시아와 4위 웨스턴디지털 합병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낸드플래시 시장은 D램처럼 3강 또는 4강 체재로 굳혀질 수 있습니다.
공급시장 재편 혼란기에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더 유리한 입지를 다질 것이란 분석입니다. 다만 합병시 낸드플래시 점유율 1위 공룡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경쟁이 불가피해 삼성에게도 위협적이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낸드플래시 지각변동은 각 기업들의 의사결정부터 각국 반독점당국의 승인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앞으로 더 지켜봐야하는 이슈입니다.
<앵커> 상황을 더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거군요.
<기자> 네. 두 기업의 합병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으니까요.
당장 증권가에서 반도체 기업들의 재고가 2분기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간 공급과잉에 시달리던 기업들은 수익성을 올리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취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감산을 시작한 삼성전자가 3분기부터는 더 적극적인 감산정책을 펼치고, SK하이닉스도 이에 발을 맞출 가능성이 높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 회복 신호는 올해 4분기부터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재고가 축소되고 수요가 오른 그 시점이 본격적인 반도체 반등의 시간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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