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코로나19 정책을 총괄했던 책임자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실험실 유출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오푸 전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주임은 30일(현지시간) BBC 라디오4 팟캐스트 '열기:코로나19 기원을 찾아서'와의 인터뷰에서 "늘 무엇이든 의심할 수 있다. 그게 과학이다. 아무것도 배제하지 말아라"라고 말했다.
가오푸 전 주임은 4년여간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를 이끌며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 있었으며 작년 7월 퇴임해서 국립자연과학기금위원회(NSFC) 부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WIV)를 대상으로 일종의 정식 조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뭔가 조직했다"고 말했지만,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관여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정부 기관이 우한바이러스연구소를 정식으로 조사했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다. 전문가들이 이중으로 확인했다"고 답했다.
그는 또 "연구소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들었다"며 "연구소가 모든 규정을 지켰다는 것이 결론인 것 같다"고 말했다.
BBC는 이에 관해 우한연구소에서 일종의 공식적 조사가 이뤄졌음을 처음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오푸 전 주임의 발언은 표면적으론 중국의 입장과는 상충하지만, 사실은 중국 입장의 더 과학적인 버전일 수 있다고 BBC는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실험실과 시장 기원설을 모두 부정하고 냉동식품 포장을 통해 국내로 유입됐을 수 있다고 말하는데 가오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듀크-엔유에스(NUS) 의대의 신규 전염병 전문 왕린파 교수는 코로나19가 퍼지던 2020년 1월 자신이 명예교수로 있던 우한연구소를 방문했다.
그는 우한연구소의 시젱리 교수와 정기적으로 협력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박쥐 코로나19 분야에서 세계 최고 전문가들로 각자 별명이 '배트맨'과 '배트우먼'이었다.
왕 교수는 "시 교수가 자기가 모르는 샘플이 바이러스에 오염돼서 밖에 나왔을 가능성을 걱정하느라 하루 이틀 잠을 못 잤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시 교수가 샘플을 확인한 결과 바이러스 증거는 없었다고 전했다. 또 시 교수나 팀원이 실험실 유출 증거를 숨기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그들은 저녁 외식을 하고 노래방 행사를 기획하는 등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지냈다는 것이다.
BBC는 기밀 해제된 미국 정보에 따르면 우한연구소 몇몇 연구원들이 2019년 가을에 코로나19와 일반적 계절성 질환과 모두 일치하는 증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왕 교수는 그러나 2020년 1월 자신이 시 교수 팀에 코로나19 항체 확인을 제안했고, 시 교수가 이에 따라 검사한 결과 음성이었다고 말했다.
BBC는 왕 교수가 우한 시장에서 바이러스가 퍼졌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전염병 전공 이언 립킨 교수는 2020년 3월 실험실 유출 시나리오를 반박하는 논문을 공동으로 작성했는데 이번 BBC 인터뷰에선 당시 자신의 표현이 너무 강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한 시장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보지만 아직은 실험실 유출설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한질병통제센터의 또 다른 실험실이 수산물 시장에서 불과 몇백m 떨어진 곳에 있으며, 2020년 3월 논문 집필 시엔 이 실험실에 관해 잘 몰랐다고 털어놨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이 연구소는 야생 박쥐의 혈액과 분변 샘플을 수집하는데 이 과정에 보호장비를 잘 갖추지 않았다.
립킨 교수는 "바이러스가 시장 밖에서 발생해서 시장에서 증폭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BBC는 중국 밖에서는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해서 광범위한 합의가 하나 있는데 이는 중국이 증거를 찾거나 이를 공유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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