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시비 250억원을 들여 30m짜리 기업인 얼굴 조각상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해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 '예산이 과다하다'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김두겸 울산시장은 "산업도시로서 자부심을 대외에 드러내는 동시에 기업의 재투자 유도 효과를 노린 전략적인 판단"이라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시는 250억원을 들여 현재 울산과학기술원(UNIST) 부지에 최소 2명 이상 기업인의 대형 흉상을 건립하는 '울산을 빛낸 위대한 기업인 기념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흉상 높이만 30∼40m로 계획 중인데, 설치 부지가 구릉지인 데다 흉상 아래에 설치될 기단까지 고려하면 일대에서는 어디서나 눈에 띄는 거대한 조형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업 부지는 KTX울산역이나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차량으로 울산으로 진입할 때 이용하는 국도 24호선, 울산고속도로에서 잘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시는 기업인 흉상이 설치되면 울산을 방문한 외지인이나 울산시민들이 한 번씩은 구경하게 되는 '관문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역대 대통령 4명의 얼굴 조각으로 유명한 러시모어산 '큰바위얼굴' 조각상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시는 부지 매입 50억원과 흉상 설계·제작·설치 200억원 등 총 250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시는 전체 사업비를 자체 예산인 시비로 확보하기로 하고, 사업비 전액을 반영한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울산시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추경 예산안은 의회 심의를 거쳐 6월 중 확정된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업비 250억원은 과다하다'는 지적이 많은 가운데 '평가가 엇갈릴 수 있는 기업인을 우상화할 우려가 있다'라거나 '특정 인물을 강조하는 흉상 자체가 요즘 시대와 맞지 않는다'라는 의견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도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요금이 폭등하고 물가로 급증하는 시기에 이런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눈과 귀를 의심하고 있다"며 "추경 예산은 본예산에 반영하지 못한 시급한 사업을 반영하는 것인데, 이번 추경 예산 전체 금액의 88%를 차지하는 흉상 건립이 시급한 사업인가"라고 꼬집었다.
김 시장은 직접 시민들에게 사업 배경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자 31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그는 "울산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끈 공업도시이면서, 현재 특·광역시 중에 대기환경이 가장 좋은 친환경 도시이기도 하다"며 "오늘날 이런 영광의 시작은 기업에서 시작됐고, 그 창업주들의 업적을 기리고자 흉상 설치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업의 배경에는 기업들이 울산에서 계속 기업활동을 이어 나가면서 재투자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도 있다"며 "부족한 인재, 높은 땅값 등으로 수도권 투자나 이전을 고려 중인 기업이 적지 않는데, 흉상 설치 사업은 그런 결정을 재고하도록 하고 울산 재투자를 유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