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마저 5G 28㎓ 대역 주파수를 정부에 반납했습니다.
이로써 국내 이동통신 3사의 해당 주파수 할당이 모두 취소됐는데요
허무하게 막을 내린 '꿈의 5G'. 산업부 박해린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 기자, 통신 3사 중 마지막으로 남았던 SK텔레콤 마저 5G 28㎓ 주파수 이용 권리를 정부로부터 박탈당했다고요.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28㎓가 사라지면 5G 속도가 더 느려지는 겁니까?
<기자>
실제로 이용자들이 불편을 느낄만한 건 없습니다.
5G는 크게 3.5㎓와 28㎓로 나뉘는데,
아직 국내에선 28㎓ 서비스가 상용화되기 전이라 그동안 이용해 온 서비스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해당 주파수를 이용할 수 있는 단말기도 국내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 삼성전자가 국내에 갤럭시S23을 출시할 때도 28㎓용 안테나는 빼고 시장에 내놨습니다.
해당 대역을 국내에서 지원하지 않는데 굳이 탑재해 기기값을 높일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즉 당장 통신3사가 28㎓ 주파수를 포기한다고 해도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불편함은 없습니다.
다만 배신감은 클 겁니다.
<앵커>
왜죠?
<기자>
4G보다 최고 20배 빠른 5G란 광고 들어보셨죠.
여기서 말하는 20배 빠른건 28㎓ 대역 주파수가 상용화 됐을 때 가능한 수치입니다.
현재 3.5㎓ 대역 주파수를 주로 사용하는 5G 서비스의 속도는 LTE 대비 약 3배 정도, 아주 빨라도 5배~6배 정도에 불과합니다.
결국 광고해 온 20배는 온데 간데 없고, 반쪽짜리 5G로 남은 겁니다.
이에 공정위는 통신사들이 거짓, 과장 광고를 해왔다며 통신 3사에게 최근 과징금 처분을 내렸고요.
여기에 더해 시민, 소비자단체들은 과장 광고에 속은 소비자들에게도 손해를 배상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간 투자비를 내세우며 고가의 5G 요금제를 부과해왔는데, 반쪽만 남았다면 배상하는게 마땅하다는 겁니다.
여기에 반쪽짜리 5G니 기존에 부과하던 비싼 요금을 조정해달라는 요구도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는데요.
5G 이용자들은 4년전 상용화 초반 당시와 마찬가지로 4G와의 속도차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고 오히려 4G 이용자들은 속도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응답이 대다수였습니다.
[도현준/서울시 서초구: 5G씁니다. (LTE와의 속도 차이는) 잘 모르겠어요.]
[김민우/ 용인시 기흥구: 5G 요금써요. 빠른 건 잘 모르겠어요.]
[김재웅 / 수원시 영통구: LTE를 사용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면 그리고 그 불편함이 5G가 해결을 해준다면 바꾸겠지만 현재로서는 저 개인적으로는 크게 불편함을 못 느끼고 있습니다.]
<앵커>
5G이용자는 빠르다는 걸 느끼지 못하고, 4G 이용자는 현재의 속도에 불만이 없다면 5G가 크게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게다가 28㎓는 당장 쓸 수 있는 단말기도 국내에 없고, 상용화도 안된 거고요.
그동안 왜 이렇게 '꿈의 5G'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놓은 겁니까?
<기자>
정부와 통신사들은 서로를 탓하고 있습니다.
통신업계는 정부가 '세계최초 5G 상용화'라는 수식어를 얻기 위해 사업 모델이 뚜렷하지 않은데도 무리수를 뒀다고 비판하고,
정부는 통신사들이 투자 의무를 게을리했다는 거죠.
실제로 정부 할당 기준은 기지국 1만5,000대였는데
보시다시피 통신 3사 모두 10분의 1수준으로 이행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에 대해 통신사들은 "28㎓ 주파수 대역은 전파의 도달거리가 짧고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형이 좁고 밀도가 높은 국내에서는 상용화 가능성이 없는데, 불확실한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고요.
정부는 "일단 28㎓를 깔아 놓아야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지 않겠느냐, 이후에 먹거리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입장입니다.
<앵커>
누구 말이 맞습니까?
<기자>
학계에선 애초에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고 말합니다.
애초에 특정 영역에서만 이용 가능한 특정 서비스라고 정의해두고 서비스를 개발했으면 지금과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
28㎓가 우리보다 훨씬 더 상용화된 미국과 같은 경우에도 특정 지역에서만 활용하고 있단 겁니다.
[홍인기 / 경희대 전자공학과 교수: 일반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어디서나 28㎓가 다 터져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고 특정 서비스 특정 영역에서 특정한 서비스를 위한 통신이라고 인식 전환이 되면 활용할 수 있는 그런 서비스가 되겠죠.]
<앵커>
애초에 국내 전역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만 가능한 것으로 정의하고 개발했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는 거군요.
박 기자, 최근엔 6G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28㎓가 안되면 6G로 못 가는 건 아닙니까?
<기자>
무조건 28㎓를 거쳐야 6G로 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28㎓를 못 했는데 더 높은 주파수로 갈 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은 있습니다.
[홍인기 / 경희대 전자공학과 교수: 28㎓ 단계를 밟아야 6G로 가느냐 아니면 그냥 갈 수도 있느냐 라고 하면 둘 다 가능한 얘기입니다. 다만 28㎓를 통해 쌓을 수 있는 기술을 6G에 적용하기 쉽기 때문에 단계를 밟아가야 된다라고 볼 수 있고요. 28㎓를 상용화 못 했는데 높은 주파수에서 상용화가 되겠느냐 하는 의구심들이 있습니다.]
또 추후 VR, AR 기기 보급에 따라 28㎓의 필요성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앵커>
박 기자, 그럼 이통3사도 정부도 이렇게 28㎓를 허무하게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겁니까?
<기자>
지하철 와이파이에는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지하철의 경우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선로에 장애물이 없기 때문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겁니다.
따라서 내달부터 지하철 2호선, 5~8호선에서 기존보다 빨라진 와이파이 속도를 체감할 수 있게 됩니다.
원래는 통신3사가 28㎓ 주파수를 반납하게 되면서 지하철 와이파이도 11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서비스하기로 했으나,
오늘 SKT가 기간통신사업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며 이후에도 서울 그 외 노선과 수도권 및 광역시까지 해당 서비스를 확대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지하철 와이파이에 28㎓ 기술력은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정부도 회수한 주파수의 새 주인을 계속 찾겠단 방침이고요.
내달 28㎓ 신규 사업자 진입 지원 방안 등을 담은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 발표, 주파수 할당 방안을 공고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막강한 인프라를 이미 구축한 이동통신 3사가 포기한 상황에 새로운 사업자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입할 수 있을지 정부의 고민이 깊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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