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올해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유지라는 정책 기조를 이어가되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전세 사기 피해자에 이어 역전세에 대해서도 DSR 적용을 완화하려는 등 미세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형평성 논란과 함께 DSR 적용에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가계 부채 문제를 관리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4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과도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의 완화를 추진하면서도 DSR만큼은 유지할 방침이다.
최근 우리나라 가계 부채에 대한 경고음이 대내외에서 나오는 가운데, LTV에 이어 개인별 DSR 규제까지 완화할 경우 돈을 갚을 능력을 초과한 대출이 이뤄져 가계 경제와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DSR 규제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큰 틀에서 유지한다는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으며 금융위원장이나 금감원장의 뜻이 일치한다"면서 "다만 역전세 등 취약계층의 특별한 사례에만 DSR 적용을 완화하는 미세 조정을 추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DSR 완화 여부에 대해 "아파텔 등 일부 미세조정이 좀 있는 건 맞지만 큰 틀에서 지급 여력 대비 대출의 양을 관리하자는 대원칙으로서의 DSR 규제는 지금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면 안 된다"고 일축한 바 있다.
DSR은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의 비율을 뜻하는 지표로, 금융기관은 이를 통해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가늠한다. 지난해 7월부터 적용된 현행 DSR 규제는 총대출액이 1억원을 넘으면 원칙적으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제2금융권 5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연 1억원 소득자가 연간 원리금 상환액으로 4천만원 넘는 돈을 지출하고 있다면 갚을 수 있는 능력 범위를 넘어 돈을 빌렸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분석 결과, 지난해 4분기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평균 DSR은 40.6%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차주 평균이 40%를 넘은 것은 2018년 4분기(40.4%) 이후 4년만이다. 가만히 있어도 매달 갚아야 할 대출 원금과 이자 부담이 커진 셈이다.
금융당국은 DSR을 가계부채 문제를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여기면서도 최근 전세 사기 피해자나 역전세 문제 등에 대해서는 DSR 적용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어려움에 부닥친 취약계층에는 DSR 적용을 완화하는 방식으로라도 적극적인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반영돼있다.
금융위원회를 포함한 정부 관계부처는 다음 주 회의를 열어 역전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세금 반환 보증과 관련된 대출에 한시적으로 DSR 적용을 완화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DSR 한도가 가득 찬 차주는 LTV 한도만큼 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을 이용하기 어려워 결과적으로 역전세 문제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례보금자리론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경락자금(경매 낙찰 시 필요한 자금)에 이어 역전세 문제까지 DSR 적용을 완화할 경우 DSR 제도가 사실상 '누더기 정책'이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해 지난 1일 4억원 한도 내에서 LTV와 DSR 등 가계대출 규제를 1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한 바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가계 부채의 질 관리를 위해 비거치식 분할 상환과 고정금리대출의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비거치식 분할 상환 및 고정금리대출 등의 취급에 따른 금융기관의 우대 요율 최대한도를 기존 0.06%에서 0.10%로 늘리고, 현행 0.01∼0.06%인 우대 요율의 폭도 0.01∼010%로 확대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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