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해리 왕자가 5일(현지시간) 타블로이드 언론 해킹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해서 이목이 쏠렸으나 결국 등장하지 않았다.
해리 왕자는 이날 런던의 고등법원에서 열린 재판의 증인 신문에 나오지 않았다.
티모시 팬코트 판사는 해리 왕자의 불출석에 다소 놀랐다며 외교적인 표현을 사용했지만, 상당히 언짢아 보였다고 가디언지가 전했다.
판사는 변호인 발언이 일찍 끝날 경우를 고려해서 증인들에게 신문 예정일 전날 나오라고 지시한 상태였다.
피고 측 변호인은 "자신의 재판에 나오지 않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법정의 시간을 버리게 했다"고 비판했다.
해리 왕자 측 변호인은 해리 왕자가 딸 릴리벳의 두돌 생일잔치를 치르고 4일 저녁 미국 LA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해리 왕자는 6일 증인 신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국 왕실 고위 인사가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은 130년 만에 처음이다.
해리 왕자는 다른 유명인들과 함께 데일리 미러의 발행사인 '미러 그룹 뉴스페이퍼'(MGN)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해킹하는 등 불법으로 정보를 획득해 보도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해리 왕자는 MGN이 거느린 데일리 미러, 선데이 미러, 더 피플이 1996∼2010년 송고한 기사 147건에 불법 수집한 정보가 포함됐다고 주장한다.
또 MGN 편집국 간부와 고위 경영진은 기자들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한다는 점을 알고도 승인했을 뿐 아니라 적극 은폐했다고 말한다.
이번 재판에서는 해리 왕자가 제시한 기사 중 33건이 검증된다.
해리 왕자 측 변호인은 재판에서 "어린 학생 시절부터 해리 왕자의 삶이 안전한 적이 없었다"며 "불법적 정보 수집 방법으로부터 막아주는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기사 중 가장 초기에 나온 것은 12살 생일 때 어머니인 다이애나빈이 20분간만 함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변호인은 MGN이 해리 왕자와 형인 윌리엄 왕세자 간의 관계에 불화의 씨앗을 뿌렸다고 지적했다.
20년 전 두 형제는 다이애나빈의 전 집사에 관한 대응을 두고 대립했는데 이것이 기사화됐고, 거기엔 불법 정보 수집의 흔적이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형제간 갈등은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이런 식으로 보도되는 바람에 둘 사이에 신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MGN의 불법 정보 수집으로 인해 해리 왕자가 고통과 공포를 겪었고, 19세 때 사귀던 첼시 데이비와의 관계도 깨졌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와 데이비는 자신들의 일이 자꾸 보도되자 친구들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결국은 데이비가 왕실이 맞지 않는다며 떠나기로 결심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또 다이애나빈의 휴대전화 역시 해킹됐다고 주장했다.
다이애나빈은 사망 몇 달 전 유명 방송 진행자 마이클 배리모어에게 보낸 편지에서 둘 사이의 비밀 만남에 관해 데일리 미러지가 사무실로 문의를 해 와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는 배리모어가 동성애자임이 알려졌을 때다
반면 MGN은 산하 신문들에서 한 차례 전화 해킹이 이뤄진 적이 있었다고 인정했지만 해리 왕자를 표적으로 삼은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MGN 측 변호인은 다른 대상과 달리 해리 왕자의 경우 해킹과 관련해선 MGN 전화 시스템에 기록이 없으며, 해킹을 인정한 기자들도 해리 왕자에 관해선 말하지 않으며 경찰 조사에서도 나온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해리 왕자 주변 보안은 워낙 철저해서 해킹을 하려면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는 3월에는 더 메일과 메일 일요판의 모회사인 '어소시에이티드 뉴스페이퍼스'(ANL)상대로 한 소송의 예비 심리에 엘튼 존 등과 함께 출석했고, 더 선 등을 거느린 '뉴스 그룹 뉴스페이퍼스'(NGN)와도 휴대전화 해킹 관련 소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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