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인공지능(AI)과 반도체 투자 열풍을 몰고 온 엔비디아의 주가 급등 직후 이른바 '서학개미'들은 엔비디아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나흘간 국내 투자자들의 엔비디아 매도결제액에서 매수결제액을 뺀 순매도 결제액은 2억4천766만달러(약 3천239억원)로 집계됐다.
나스닥 상장사인 엔비디아는 미국 현지 시간 기준 25일부터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25일 하루에만 종가 기준 전 거래일 대비 약 24% 올랐으며, 30일엔 장중 시가총액 1조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외화증권 매매내역이 예탁원에 결제처리로 반영되는 데에는 3거래일이 소요되므로 미국 시장에서의 5월 25일부터의 매매 내역은 같은 달 30일부터의 결제 내역으로 반영된다.
따라서 엔비디아 주가가 급격히 오르며 1조달러 클럽에 가입하기까지 4거래일 동안 서학개미들은 엔비디아 주식에 대해 '팔자'로 대응한 셈이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들은 ICE반도체지수 수익률을 정방향으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순매도 결제하고 역방향으로 추종하는 ETF는 순매수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반도체주 하락에 베팅한 셈이다.
ICE반도체지수는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AMD 등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요 반도체기업들을 대표한다.
ICE반도체지수를 3배로 따라가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SOXL) ETF의 순매도 결제액은 2억1천286만달러(약 2천784억원)로 집계됐다.
반면 ICE반도체지수의 수익률을 정반대 방향으로 3배로 따라가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X(SOXS) ETF는 이 기간 가장 많이 순매수 결제한 종목이었다. 이 ETF의 순매수 결제액은 약 9천595만달러(약 1천255억원)이었다.
국내 투자자들이 엔비디아와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를 팔아치운 것은 주가가 단기간에 많이 올라 차익을 실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반도체 3배 '곱버스'(인버스 레버리지) ETF를 대량 사들인 것은 급등한 반도체주들이 곧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코로나19 당시 기록한 전고점(346.47달러)을 최근 돌파한 뒤로 '거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유명 투자자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엔비디아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월가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들은 대체로 '매수'를 추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장밋빛 전망이 컨센서스를 이루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회계 2분기 매출 전망을 시장이 예상한 것보다 50% 높게 제시하는 등 가이던스를 대폭 상향한 것을 두고 "그동안 시장은 AI 서버 시장의 성장성을 과소평가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실적 전망치가 크게 상향 조정됨에 따라 현 주가에 적용되는 밸류에이션 배수도 큰 폭으로 낮아지며 고평가 논란이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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