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차정숙 만나 다시 전성기 맞은 엄정화 “일 자체를 너무 사랑해요. 물론 슬럼프는 있었죠”(‘닥터 차정숙’)

입력 2023-06-07 17:00  



가수 겸 배우 엄정화는 유쾌, 상쾌, 통쾌했다.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 종영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는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거침없는 입담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기쁜 마음으로 즐겨왔는데 막상 끝나니 아쉬워요. 대중만큼이나 저 자신도 바라왔던 정숙의 온전한 새 출발에 마음에 들어요.”

엄정화의 활약이 돋보인 ‘닥터 차정숙’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드라마다. 경력이 단절된 중년 여성이 다시 사회 속으로 들어가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해내는 성장기는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저의 작품선택 기준은 다른 것도 중요하지만, 대본이 재밌게 읽히고 와닿는 것이 가장 우선이에요. 슬픔이든 유쾌함이든 내용 자체의 즐거움이 가장 중요하죠. ‘닥터 차정숙’이 가장 좋았던 부분은 20년간 주부로 살다가 자신을 다시 회복하는 부분이었어요. 자문의분들과의 대화에서도 알게 된 부분인데 많은 분이 가정을 이루고 육아하면서 경력이 단절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하셨어요. 그러한 상황들에 대한 대리만족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죠. 그 가운데 중요한 것은 감정선 이었어요. 정숙 캐릭터 자체에 대한 호감과 함께 상황을 이해하며 건네는 말이나 감정이 과하지 않고 독하지 않게 가져가고자 했어요.”



차정숙 자체로 분한 엄정화의 연기는 빛이 났다. ‘물이 올랐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베테랑 배우가 새로운 모습까지 선보였다. 드라마와 함께 세대 공감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기쁨의 핵심이에요. 저희 아파트 경비원분이나 고려대 축제 갔을 때 ‘차정숙’이라고 함성을 지르며 응원해주시기에 정말 반가웠어요. 또 실제 의사분들의 시청리뷰도 봤는데 깊이 감사드려요. 차정숙을 중심으로 모든 세대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는 만큼 각각의 입장에서 좋아해 주신 듯해요. 차정숙은 우선 성격 자체가 따뜻해요. 쉽게 감정을 표현하는 직설적인 시대에 정숙의 깨끗한 진심과 온화한 말이 돋보이죠. 또 나 스스로가 온전히 내 삶을 살아간다는 것, 그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커요. 이 점은 꼭 여성뿐만 아니라 경력이 단절된 남자나 막막한 상황에 있는 모두에게 응원을 전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닥터 차정숙’은 차정숙의 새 도전과 꿈을 이루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래서인지 엄정화는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실제 마음이 쓰인 부분이 많았다.

“환자들의 이야기는 모두 다 마음이 쓰였어요. 생사를 오가는 것뿐만이 아니라 하더라도 클 수 있죠. 그렇게 봤을 때 의사가 사명감 없이 감당하기 힘든 어려운 것으로 생각해요.”

김병철, 명세빈, 김미경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도 ‘닥터 차정숙’ 인기에 힘을 더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심을 잡고 우직하게 정숙에게 몰입한 엄정화의 존재감이 화사하게 빛난 시간임은 부정할 수 없다.

“김병철 배우와의 부부연기는 그저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실제 부모와는 다르지만, 조카나 후배들에게 느끼는 사랑을 바탕으로 연기했죠. 캐릭터 본분과 함께 상황에 화나면서도 캐릭터를 따라갈 수 있는 포인트가 분명히 있어서 좋았어요. 명세빈 배우와는 90년대부터 함께 호흡해온 배우로서, 여전한 연기 열정의 그와 자주 리딩하고 소통하면서 유대감을 느꼈어요. 백주희 배우는 미희 캐릭터가 지닌 절친 느낌의 분위기와 함께 소통감을 나누게 됐어요. 송지호 배우는 처음 리딩할 때부터 엄청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서 든든하게 믿고 호흡했어요.”



‘닥터 차정숙’은 지난 4일 최종 16회로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첫 회 4.9%로 시작해 15회까지 최고 시청률이 20%대에 육박했다. 극중 차정숙의 대사에 시청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며 시청률 상승에 한 몫 했다.

“드라마 속 최고 명대사가 많아요. 그 가운데 정숙이 인호에게 ‘길을 닦아 달라거나 손을 잡아주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걸어갈 수 있게 해달라’라는 말이 개인적으로 울컥해요. 또 ‘죽지 말고 살아내세요’라는 말은 삶의 무게와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어려운 대사로 기억에 남아요.”

최근 엄정화는 최정상 멀티테이너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김완선, 이효리, 보아, 화사 등 시대를 풍미한 디바들과 함께 한 팀을 꾸려 무대에 나서는 tvN 예능 ‘댄스가수 유랑단’으로 전혀 다른 모습까지 보여주며 매력을 더한다.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닥터 차정숙’을 함께 즐기는 가운데, 신기하게도 ‘댄스가수 유랑단’과 일정이 겹쳤어요. 음악방송과 배우를 병행했던 시절과 비슷한 느낌이라 제게는 새롭고 재밌어요. 체력적으로 피곤할 수는 있지만, 마냥 힘들지는 않아요. 그러면서 요즘 새로운 마음이 들어요. 신곡은 ‘호피무늬’ 이후 계속 준비는 해오고 있었어요. 그 마무리가 언제쯤 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올해 냈으면 좋았을 걸 싶어요. 물론 주변 후배 동료들에게 ‘많이 힘들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곤 하지만 여전히 좋아요.”



50대의 나이에도 연기와 노래 두 영역에서 꾸준한 성과를 이루며 끝나지 않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엄정화.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배우로서, 또 가수로서 세대불문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다.

“롱런 비결은 연기도 노래도 너무 좋아서 그런 것 같아요. 일 자체를 너무 사랑해요. 물론 슬럼프는 있었죠. 데뷔 초반도 그렇고, ‘닥터 차정숙’ 들어가기 전후 3~4년간 캐릭터 선택의 폭이 줄어들면서 갈증도 있고 슬럼프도 있었어요. 하지만 일 자체를 사랑하는 마음이 여전해서, 이렇게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음악적으로 더할 나위 없이 큰 커리어를 쌓아올린 엄정화는 배우로서도 다양한 히트작을 탄생시키며 큰 성공을 거뒀다. 많은 후배 연예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선배님들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들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 만큼 힘을 많이 받아요. ‘닥터 차정숙’과 함께 맞이한 기쁨으로 앞으로의 시간도 기대하며 걸어갈 거예요.”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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