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출근 시간인 8시 20분경, 경기 성남시 분당구 지하철 분당선 수내역에서 지상으로 이동하는 에스컬레이터에 사람들이 줄이어 올라타던 중 갑자기 에스컬레이터가 정지했다.
몇 초 후 에스컬레이터는 반대 방향으로 역주행했고 심지어 더 빨라졌다. 탑승한 이용객들은 도미노처럼 줄줄이 넘어져 하단부에 겹겹이 쌓였다.
탑승을 대기하던 사람들마저도 이들에게 밀려 넘어졌다.
경기소방재난본부에서 제공한 CCTV 영상 속에는 이날 오전 사고의 아찔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수내역 2번 출구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해 이용객 1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8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0분께 수내역 2번 출구에서 작동 중이던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아래로 역주행했다.
이 사고로 이용객 A씨 등 3명이 허리와 다리 등에 상처를 입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B씨 등 11명은 비교적 가벼운 상처를 입어 치료를 받은 뒤 현재는 모두 귀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가 난 에스컬레이터는 지상으로 이동하는 이용객들을 태우고 정상 작동하던 중 일시 정지했다가 수 초 뒤 뒤쪽으로 밀려 내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분당선 수내역의 운영 주체는 한국철도공사지만, 에스컬레이터의 운영과 관리는 위탁 업체인 C 업체가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 업체는 매달 1회 수내역 내 에스컬레이터에 대한 안전 점검을 실시하는데, 사고가 난 에스컬레이터는 지난달 10일 진행된 최근 검사에서 '이상 없음'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해당 에스컬레이터는 지난해 9월 30일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해마다 실시하는 안전 점검에서도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이날 역주행 사고가 발생하면서 앞서 실시한 안전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더구나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에스컬레이터는 사고 당시 수동 조작된 정황도 없는 것으로 확인돼 기계적 결함으로 인해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계 노후화 가능성도 있다. 승강기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에스컬레이터 등 승강기는 설치 후 15년이 지나 노후화하면 3년마다 정밀안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사고가 난 에스컬레이터는 2009년에 설치된 9m 길이의 승강기로, 올해가 사용 14년 차가 된다.
이 에스컬레이터에 역주행 방지 장치가 설치돼 있는지, 설치돼 있는데 작동을 안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방지 장치 설치 의무화는 2014년 7월부터 시행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최근 점검에서는 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이전 공단 점검에서도 특별한 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정밀 분석을 통해 사고 원인을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이날 사고와 관련해 에스컬레이터 점검 방법과 유지보수 주기 준수 여부 등 위반사항이 있는지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철도안전감독관과 철도경찰, 교통안전공단 검사관 등이 파견돼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지하철사법경찰대와 한국승강기안전공단 등 관계 기관들도 목격자 진술과 현장 분석 등을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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