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 등 다양한 초실감형 기술·서비스를 포괄하는, 확장현실(XR)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애플이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앞세워 XR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면서 그 대항마로 꼽히는 삼성전자[005930]가 구글·퀄컴과 구축할 XR 생태계가 어떤 모습일지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해 연말께 공개하기로 한 신규 XR 기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 XR 기기는 퀄컴 칩세트와 구글 운영체제(OS)를 탑재해 강력한 신개념 기능을 구현한다는 것 외에는 주요 스펙이 '철통 보안' 속에 가려진 상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에서 구글, 퀄컴과 XR 생태계 구축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당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새로운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은 한 회사의 힘으로만 되지 않는다"며 "칩세트와 플랫폼 강자인 퀄컴과 여러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센서뷰, 프로덕트를 잘할 수 있는 삼성 모바일, OS와 서비스를 잘하는 구글이 힘을 합쳐서 제대로 된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사미어 사마트 구글 제품 관리 담당 부사장도 지난달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삼성전자와 협업을 다시 확인하면서 "연말에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품 정보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많진 않지만, 삼성전자가 특허청과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출원한 특허·상표가 올해 2∼5월 공개되며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공개된 특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VR 헤드셋보단 AR 글라스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과 워치, 버즈 등 갤럭시 기기와 연결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제품명으론 '갤럭시 글래시스' 또는 '갤럭시 스페이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애플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는 내년 상반기부터 XR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열린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격이 다소 높게 책정됐고 착용에 아직은 불편함이 따르지만 '키 플레이어'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혁신 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애플의 신제품 발표 며칠 전 메타는 VR 헤드셋 '퀘스트3' 하반기 출시를 발표하며 견제구를 던지기도 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비전 프로 출시 직후 미국 ABC와 인터뷰에서 "미래의 공학이며, 애플의 '터닝포인트'(전환점)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XR 시장이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AR·VR 헤드셋 출하량이 745만 대로 전년 대비 18.2% 감소하고, 2025년까지 AR·VR 헤드셋 시장의 성장 궤도가 일정 부분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봤다.
시장의 기대를 모은 애플 비전 프로의 내년 출하량도 20∼30만 대 수준으로 전망됐다. 매 분기 수천만 대 이상 팔리는 아이폰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일각에서는 화제를 모았지만 정작 표준화에는 실패한 '3차원 TV'와 유사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품이 조금이라도 어설프면 소비자의 구매 욕구가 떨어진다"면서 "실제 이 시장이 완벽하게 열릴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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