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열대우림 한복판에서 경비행기 추락 사고가 발생한 이후 행방불명됐던 아이 4명이 40일 만에 무사히 구조됐다.
9일(현지시간) 아마존 정글에서는 지난달 1일 실종됐던 레슬리 무쿠투이(13), 솔레이니 무쿠투이(9), 티엔 노리엘 로노케 무쿠투이(4), 크리스틴 네리만 라노케 무쿠투이(1) 등 4명이 발견됐다. 이들은 영양실조 증세를 보이긴 했으나 그 외 건강에 문제는 없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은 우선 구조 당국이 수색 작업 중 공중에서 떨어뜨린 생존 키트들이 아이들이 버티는 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키트에는 음식을 비롯한 각종 물품이 들어 있었는데, 아이들이 이를 발견해 활용한 덕에 굶주림을 면할 수 있었을 거라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달 구조 당국은 아마존 정글 수색 도중 아이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아용 젖병과 먹다 남은 과일 조각 등을 찾아낸 바 있다.
이 아이들이 남미 원주민 후이토토족 출신이라는 점도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후이토토족은 콜롬비아 남동부, 페루 북부 등에 사는 원주민이다.
콜롬비아 바우페스 지역의 원주민 지도자 존 모레노는 "이곳은 원시림으로 울창하고 위험한 곳"이라면서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공동체에서 얻은 지식, 즉 조상의 지식을 활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지 구조 당국은 네 아이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레슬리가 열대우림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구조 당국은 또 아이들 할머니가 후이토토족 언어로 "더 이동하지 말라"고 외치는 걸 녹음해 이를 헬기로 방송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아마존에서 생존한 것에 앞서 어떻게 비행기 추락에서 살아남았는지도 큰 관심사다. 지난달 1일 콜롬비아 남부 아마존 정글로 해당 소형 비행기가 추락했을 때 이 아이들을 제외한 조종사, 성인 승객 2명 등 어른 3명은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비행기 뒷좌석에 탑승한 덕에 추락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추락 당시 비행기는 앞머리에서부터 땅에 처박혔다. 이 때문에 비행기 앞쪽 좌석에 앉은 조종사 등 성인 3명은 모두 치명적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앉았던 뒷좌석 3개 중 2개는 추락에도 불구하고 제자리에 똑바로 고정돼 있을 정도로 상태가 멀쩡했다.
콜롬비아 민간항공청이 작성한 사고 보고서에 따르면 불과 1세로 탑승객 중 가장 어렸던 크리스틴은 추락 당시 어머니 품에 안겨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어머니가 이 아이를 끌어안고 있던 덕에 추락 당시 크리스틴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기적의 아이들' 4명은 10일 현재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로 무사히 이송됐다. 이들은 모두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검사받을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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