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의 자금줄로 활용하고 있는 '가상자산 탈취'를 막기 위한 한국과 미국의 대응이 다각화되고 있다.
북한의 사이버 기술 축적 노력은 1990년대부터 시작됐다.
사이버 능력은 위협수단으로써 사용범위가 넓은 데다 군사적 수단과 달리 평시와 전시 상황 모두에서 직접 사용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이를 정권의 생존을 위해 활용한 것이다.
현재 북한은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 인터넷 해킹을 비롯한 악성코드 공격, 가상화폐 등 가상자산의 탈취, 공급망 공격, 그리고 사이버 첩보활동 등 다양한 위협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 이를 통해 상당한 금전적 이익도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이 사이버상에서 탈취한 각종 자산 금액이 최소 6억3천만 달러(약 8천100억원)에서 최대 10억 달러(약 1조3천억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최근 주목되는 활동이 가상화폐와 관련된 불법 활동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미 당국자·블록체인 전문가 등을 인용해 북한이 최근 5년간 해킹 부대를 동원해 훔친 가상화폐가 30억 달러(약 3조8천억원)어치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는 핵개발을 포함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절반 정도를 충당하는 자금 규모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북한의 사이버 불법활동을 차단하기 위한 미국과 한국 등의 움직임도 다각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양국은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실무그룹회의'를 바탕으로 북한이 탈취한 가상화폐를 동결·압수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관련 제재 대상을 개인과 기관별로 구체적으로 지정하는 한편 민간 분야와 긴밀히 협력해 북한 정보통신(IT) 인력의 차명 계정을 온라인에서 상당 부분 차단하고 불법 수익을 회수하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런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북한이 사이버상에서 불법적으로 취득하는 자금 규모를 크게 줄이게 되면 결국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어렵게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북핵수석대표간 협의차 11일 미국에 도착한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국 방문 기간 대북 제재를 담당하는 재무부 관계자들과 만나 북한의 사이버 불법 활동을 차단하는 양국 간 대응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김 본부장은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재 파트나 사이버 대응 이런 것들을 폭넓게 협의할 생각"이라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쪽도 만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불법 사이버 외화벌이 차단을 위한 민관 협력과 국제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에 따라 불법 자금줄 차단 위기에 처한 북한의 대응과 향후 핵·미사일 도발에 미칠 영향 등이 주목된다.
(사진=워싱턴 특파원단 제공)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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