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올려도 죽 쑤는 주가…시멘트주에 무슨 일이

방서후 기자

입력 2023-06-13 19:16   수정 2023-06-13 19:16

    <앵커>

    공사비 갈등으로 건설현장이 잇따라 멈추는 배경에는 시멘트 가격 인상이 있습니다.

    문제는 가격을 올려도 시멘트 업체들의 주가는 오히려 크게 하락하고 있다는 건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취재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부동산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시멘트 가격이 얼마나 오른 겁니까?

    <기자>

    2년 전부터 인상 행진이 이어졌습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6월 기준 톤당 평균 7만5천원이던 벌크 시멘트 가격은 같은 해 7월 7만8,800원, 지난해 2월 9만2,400원, 지난해 11월 10만5,400원으로 뛰었습니다. 한 1년 반만에 40%가 오른 거죠.

    국내 시멘트 업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음달 추가 인상을 예고했습니다.

    시멘트 업계 1위 쌍용C&E와 3위 성신양회 모두 14% 이상 올린다고 했고요.

    따라서 다음달 인상 예정분까지 포함하면 시멘트값은 2년 간 네 번 오른 것이고, 누적 인상폭만 60%에 달합니다.

    <앵커>

    숫자만 들으면 적게 올린 건 아닌 듯 한데. 주가에는 별로 반영되지 않은 거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늘(13일) 일부 반등하는 흐름이 나오긴 했지만 주요 시멘트 업체들의 주가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최대 40% 가까이 주저 앉았습니다.

    가격 인상 효과가 다른 곳보다 크게 반영됐고 배당정책 변경 이슈가 있었던 쌍용C&E의 주가도 같은 기간 26%나 떨어졌습니다.

    <앵커>

    잠깐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왜 쌍용C&E는 가격 인상 효과가 더 컸나요?

    <기자>

    시멘트값은 합의가, 그리고 시장가가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시멘트 가격이 올랐다고 하는 건 바로 이 합의가가 올랐다는 겁니다.

    유연탄을 수입하는 시멘트 업계와 레미콘 업계가 합의해서 정하는 가격이고요.

    하지만 정작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합의가보다 낮습니다.

    업체별 할인이 적용된 가격으로 유통되는데, 이게 바로 우리가 판가라고 얘기하는 가격입니다.

    쌍용C&E의 경우 국내 시멘트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회사인 만큼 거래처도 많을 것이고, 따라서 판가를 많이 올리지는 못했던 상황입니다.

    그래서 가격 인상 효과가 다른 곳보다 컸던 겁니다.

    <앵커>

    어쨌든 많이 올렸든 적게 올렸든 가격을 올리긴 했잖아요. 주가는 왜 내리막인 겁니까?

    <기자>

    쉽게 말해 가격을 올려도 남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국내 시멘트 업체들이 2년 간 가격을 인상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3년 연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특히 쌍용C&E의 경우 올해 1분기 들어 매출이 30% 이상 늘었음에도 영업손실이 났고, 아예 적자로 전환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전기요금 인상입니다. 시멘트 제조원가의 30%를 차지하는 전기요금이 오르면서 시멘트 제조원가가 상승한 겁니다.

    결국 시멘트 업체들의 가격 인상 움직임은 전기료를 비롯한 원가 부담을 견디지 못한 고육지책이었던 셈입니다.

    <앵커>

    가격을 올렸는데도 실적을 방어하기 어렵다면 앞으로는 더 힘들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까지는 매출이라도 늘었다면 이제는 건설경기 침체로 아예 건설 현장 자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한 건축 착공 면적은 최근 두 자릿수 감소를 나타내고 있고요. 따라서 시멘트 수요가 예상보다 감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가격 인상조차 힘들어졌습니다.

    최근 시멘트 수급 불안과 함께 공사비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건설현장이 늘면서 정부가 가격 인상에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6월 현재 시멘트 주말 재고량이 97만톤 수준으로 안정화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수급 문제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통상 시멘트 가격이 10% 오르면 건설공사 전체 비용은 최대 1% 넘게 증가한다고 하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시멘트 말고도 철강재를 비롯한 자재가격 전반의 인상이 유력한 만큼 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한계기업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따라서 국토교통부는 시멘트 가격 인상 견제장치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고요.

    오늘(13일)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시멘트 업계를 만나 "시멘트 수급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라면서 "수급 불안이 없도록 업계가 노력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앵커>

    그럼 시멘트주는 언제 좋아지나요?

    <기자>

    그나마 다행인 건 시멘트 제조원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고점대비 40% 가까이 떨어졌다는 겁니다.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기요금이 오르긴 했지만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거죠.

    다만 시멘트 업계에서는 지난해 유연탄 가격 급등분을 판가에 모두 반영하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다음달 시멘트 가격 추가 인상 여부가 시멘트 업체들의 주가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유연탄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착공 면적이 크게 감소하고 있는 만큼 다음달 시멘트 가격 인상 시도가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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