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규모 정비사업지, 즉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장은 건설사들이 수주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 알짜사업지입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건설사들이 수주를 위한 물밑경쟁을 치열하게 벌였는데, 최근 들어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합니다.
부동산부 신동호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대단지를 짓는 정비사업에 왜 찬바람이 부는건가요?
<기자>
지난 해 말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수주전에서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치열한 수주 경쟁을 펼쳤었죠.
말씀하신것처럼 원래 서울의 대규모 정비사업지는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에 공을 들이는 알짜사업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개월 사이에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서울 대규모 정비사업지 마저도 건설사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주택시장 침체 속에 수주 경쟁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 터라 무리해서 뛰어들지 않는 것이라고 업계에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원자잿값 인상에 따른 공사비 인상 갈등을 빚는 사업지가 늘어나 건설사들도 출혈 경쟁을 꺼리는 모습입니다.
실제 수익이 나는 사업장만 손을 대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굳이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거 건설사의 수주전에 웃던 정비사업 조합은 요즘 건설사 모시기가 여간 힘든게 아닙니다.
<앵커>
대규모 사업지도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으면서 일부 정비사업지에선 수의계약으로 시공사 선정을 하는 곳도 있다고요?
<기자>
정비사업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2곳 이상의 시공사가 참여하지 않으면 유찰이 됩니다. 두차례 이상 유찰되면 단독 입찰한 시공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데요
최근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1,600가구 규모의 신정4구역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두 번째 입찰을 진행했습니다.
조합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 선정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두 차례 현장설명회에 모두 참석한 대우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하는데요.
올해 들어 서울에서 1,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사업지가 수의계약으로 시공사 선정을 진행하는 것은 신당8구역(중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1,200가구 규모 신당8구역은 수의계약을 통해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사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일부 중소 정비사업지에서는 오히려 조합이 먼저 나서 공사비를 올리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앵커>
시공사들이 조합을 찾아가 수주를 따기 위해 공을 들이는 것이 아닌 오히려 조합이 먼저 공사비를 인상한다고요?
<기자>
네, 서울 일부 정비사업단지에서 조합이 먼저 파격적으로 공사비를 인상한 곳도 있었습니다.
광진구 중곡아파트 공공재건축 조합은 2차 시공사 선정에 나서면서 공사비를 대폭 올렸다고 합니다.
이 조합은 지난해 8월 1차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공사비 인상 등의 여파로 건설사들이 참여하지 않아 유찰된 바 있는데요.
중곡아파트 조합은 이번 입찰에서 가구수를 기존 331가구에서 345가구로 14가구 늘리는 대신 총 공사비를 956억원에서 1283억원으로 34%가량 대폭 올렸습니다.
통상 정비사업 조합들은 수 차례 유찰된 이후 공사비를 상향 조정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조합은 한 차례 유찰만에 공사비를 대폭 끌어올렷습니다.
영등포구 문래동 남성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 4월 진행한 다섯번째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공사비를 종전 3.3㎡당 525만원에서 719만원으로 올렸는데 단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앵커>
서울시가 오는 7월부터 재건축 재개발 시공사 선정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는데, 이게 오히려 시공사 선정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네요?
<기자>
서울시는 오는 7월부터 시공사 선정을 기존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겨 시행할 예정입니다.
조합설립인가 이후 사업시행인가를 받기까지 1~2년가량 시간이 소요되는 걸 감안하면 시공사 선정 시점이 그만큼 앞당겨지는 셈입니다.
현재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단지는 116개로 이들 중 상당수는 7월부터 시공사 선정에 돌입할 수 있는데요.
시공사를 조기 선정하게 되면 사업 추진 과정에 발생할 변수가 줄고 과도한 수주 경쟁이나 불필요한 비용 출혈 등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상황을 보면 급격한 물가 상승 등으로 시공사 조기 선정시 입찰 당시와 착공 시점의 시차로 공사비 증액 문제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죠.
이렇게 되면 결국 시공사 선정에 더욱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앵커>
이렇게 되면 수주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이른바 돈 되는 곳만 건설사들도 수주에 뛰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반드시 따내야 하는 상징성 있거나 주요 거점에 있는 사업장에서만 수주가 이뤄지고 수익성이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은 외면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런 현상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자칫 주택 공급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앵커>
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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