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한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주목할 만한 지점이 여럿 있어 보입니다. 기준금리 성명서와 경제전망이 나온 직후엔 증시가 급락했습니다. 어떤 요인이 있었을까요.
<기자>
이번 FOMC에서 중요한 것은 금리 동결이 아니라 앞으로의 금리 방향이었는데요. 시장에 충격을 준 것은 연준이 각 분기마다 내놓는 점도표였습니다. 18명의 연준 위원들이 각자 생각하는 연말 미국의 금리 수준을 점을 찍어 내놓는데, 미국의 기준금리 방향이 담겨있는 이 점도표가 3월에 비해 크게 높아졌습니다. 3월 때까지만 해도 5.1%로 전망했던 연말 금리 수준 중위값은 5.6%로 높아졌습니다.
점도표대로라면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해에만 25bp씩 두 번 더 올릴 수 있다는 뜻인데, 이건 시장 예상 밖의 일입니다. 연방기금금리 시장 선물 보면 투자자들은 연준이 올해 7월에 한 번만 더 올린 뒤 12월에 내릴 것으로 봤었고요. 골드만삭스나 HSBC, 웰스파고 등 기관투자가들도 기본 시나리오가 올해 25bp 추가 인상 정도였기 때문입니다(JP모간이나 노무라, 모간스탠리는 아예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관측해왔습니다).
<앵커>
다우지수만 1% 넘게 빠졌던 미 증시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기자회견 이후 낙폭을 회복했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투자심리를 붙잡은 요인 가운데 하나는 점도표가 담긴 경제전망요약(SEP) 그 자체에 있을 겁니다. 사람들이 가장 먼저 살피는 것이 미국의 금리 경로를 짐작할 수 있는 점도표이긴 하지만, 이번에 나온 경제전망요약을 보면 미국의 경제 데이터를 가장 먼저 살피는 곳인 연준이 미국의 경제를 보는 시각을 석 달 만에 상당히 낙관적으로 바꾸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연준은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0.4%에서 1%로 높여잡았습니다. 올해 4.5%에 육박할 것이라고 봤던 미국의 실업률은 4.1%로 낮췄습니다. 그러면서도 개인소비지출 물가상승률 전망은 3.2%로 전망치가 3월보다 떨어졌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FOMC 때마다 입버릇처럼 말하던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 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에 근접해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고용이 안정적이면 물가가 높아지는데, 미국으로서는 다행스럽게도 에너지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는 상황이 최신 전망에 반영된 겁니다.
<앵커>
연준 위원들이 미국의 경제 상황을 보다 낙관적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 시장에 긍정론을 키운 한 요인이라면, 다른 요인들은 무엇이 있었습니까.
<기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답변들도 어느정도는 시장을 안심시켰습니다. 한 장면을 꼽자면 당장 다음 달 있을 7월 FOMC의 금리 인상을 확정적이라고 답하지 않고, 일관되게 원론적인 태도를 고수한 것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또 미국의 국내총생산 GDP는 지난해에만 25조달러를 넘겼는데, 이 GDP 성장률 전망을 석 달만에 0.6%p나 높인 데 대해 즉답을 회피하면서도 시차는 두고 인플레이션은 떨어지고, 임금 상승세를 보았을 때에도 인플레이션에 부담을 주지 않는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밝혀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한 달 전 정도만 해도 파월 의장은 '연착륙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 곳으로 가는 길은 좁아지고 있다'고 했던 점을 생각해보면 즉답을 피한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겁니다.
당장 시장이 주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곱씹어볼 부분도 있습니다. 은행권 위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스템 위기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면서도 이후 추가 금리 인상으로 은행들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문제가 '데이터'로 확인이 된다면 그 때 대응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또다시 밝혔지요.
하지만 이론적으로 기준금리가 시장 생각보다 더 올라가는 상황이라면 그것은 시장이 대비하지 못한 추가적인 신용 경색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뜻이 된다는 점을 생각해봐야겠지요. 또한 은행권 유동성을 줄일 수 있는 역레포 시장의 추가 개입 가능성 등 시장 유동성에 부담을 주는 부가적인 정책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입니다. 일이 일어난 뒤에야 대응을 하겠지만, 은행 위기와 그와 이어지는 상업용 부동산 충격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