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이 '벌떼입찰'을 통해 공공택지를 따낸 뒤 총수 아들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의 부당 거래를 해온 것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적발됐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2010~2015년 김상열 호반그룹 총수의 장남인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 사장 소유 호반건설주택과 차남 소유의 호반산업 등 9개 회사에 '벌떼입찰'로 낙찰받은 23개 공공택지 매수자 지위를 양도했다.
확보한 택지에 아파트를 건설해 분양하면 약 9,083억원의 이익을 거둘 것으로 내부적으로 예상했는데도 최초 공급가만 받고 주요 택지를 양보한 것으로 공정위 조사결과 드러났다.
당시 공공택지는 주로 추첨 방식으로 공급됐는데, 호반건설은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하고 비계열 협력사까지 동원하는 이른바 '벌떼입찰'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들에 입찰 참가 신청금(총 1조5,753억원)을 무이자로 빌려주기도 했다.
호반건설은 택지 양도 이후에도 사업 전 과정에 걸쳐 총수 2세 회사에 업무·인력·PF 대출 지급 보증(2조 6,393억원) 등을 지원했다.
시행 사업 경험이 거의 없고 인력도 부족한 총수 아들 회사에 일감을 주고 그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자금과 인력도 대준 셈이다.
건설 공사 일부를 맡아 시행하다가도 2세 회사가 관련 면허를 취득하면 일감을 포기하고 2세 회사에 이관했다.
그 결과 총수 2세 관련 회사들은 23개 공공택지 시행사업에서 5조8,575억원의 분양 매출, 1조3,587억원의 분양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부당 지원은 경영권 승계로도 이어졌다는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장남 소유의 호반건설주택은 지원 기간 호반건설의 규모를 넘어섰고, 2018년 1대 5.89의 비율로 호반건설에 합병됐다.
이로써 김 사장이 호반건설 지분 54.7%를 확보하며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마쳤다.
부당 지원이 애초에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뤄진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도 있다.
호반건설주택은 김대헌 사장이 미성년자였던 2003년 김상열 이사장이 아들을 대리해 설립했는데, 당시 내부 보고서에서는 김 사장 등 친족이 장차 신설 법인(호반주택건설)을 통해 호반건설의 지배권을 획득하도록 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유성욱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국민의 주거 안정 등 공익적 목적으로 설계된 공공택지 공급제도를 총수 일가의 편법적 부의 이전에 악용한 것"이라며 "편법적인 벌떼입찰로 확보한 공공택지의 계열사 간 전매는 부당 내부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벌떼입찰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입찰 담합을 하거나 부당 지원 목적으로 전매했다면 문제가 된다는 설명이다.
호반건설에 부과된 608억원은 역대 부당 지원 사건에 부과된 과징금 중 세 번째로 큰 규모다.
공정위 심사관은 김상열 회장을 검찰에 고발할 필요도 있다는 의견이었으나 위원회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보고 고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국토교통부 요청에 따라 중흥·대방·우미·제일건설 등 다른 건설사에 대해서도 벌떼입찰 택지 전매를 통한 부당지원 혐의를 조사 중이다.
호반건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결과를 떠나 고객·협력사·회사 구성원 등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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