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에 동원된 러시아군 병사들이 작년 9월 하르키우 전선에서 패퇴하기 전까지 감시초소로 이용하던 한 마을 곳곳에 남긴 낙서가 공개됐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한때 하르키우주 벨리카 코미슈바하 마을에 주둔했던 러시아군 제2 근위 차량화 소총사단 병사들은 전쟁 전까지 500명가량이 살았던 이 마을의 유일한 주점을 낙서투성이로 바꿔놓았다.
주점 뒷방에 남긴 낙서에는 "재미있었다면 그건 전쟁범죄가 아니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외국 마을들을 불태울 것", "내 뒤에 집이 불에 타고 있다. 타도록 놓아두자. 하나 더 타면 (태울 것이) 하나 줄어든다"는 등의 글이 적혀 있었다.
한 러시아군 병사는 "신이 도와주실 것이고, 우리는 '우크롭'(ukrop·허브의 일종인 딜의 러시아어 이름)들이 그를 만나도록 도와줄 것이다. 우크롭을 베어라"라고 적었다. 주점 외부에는 "평화가 아니라 전쟁을 일으켜라"란 영어 낙서가 그려지기도 했다.
NYT는 이 낙서들에 대해 "러시아군의 근간을 이루는 일반 병사들의 마음을 보여주는 뒤틀린 청사진"이라고 평가했다.
제2 근위 차량화 소총사단은 작년 2월 개전 직후 키이우 점령전에 투입됐던 러시아군 정예 부대다. 이 부대는 키이우와 하르키우에서 잇따라 철수했고, 현재는 크레민나 인근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이른바 대반격에 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이 벨리카 코미슈바하 마을에 남긴 낙서의 어조는 확실히 더 어둡고 공격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지적했다.
러시아군 병사들의 낙서 중에는 "아이스크림과 보드카가 그립다"거나 열악한 러시아군 전투식량의 맛을 참을 수 없다는 한탄, 자신들보다 '나이가 많은' 총탄을 보급받았다는 불평도 있었다.
실제로 이들이 주둔했던 장소에서 발견된 러시아제 7.62㎜ 소총탄 탄피에는 1988년과 1989년이라고 제조연도가 찍혀 있었다.
한 병사는 "겨울이 다가오는데 철수를 안 한다"고 적었고, "가는 곳마다 도둑질 좀 하지 말라"고 쓴 병사도 있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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