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 여권을 사용하려다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해 법원이 범죄인 인도 절차를 이유로 6개월간 구금을 연장키로 했다.
여기에 더해 권 대표가 현지 유력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했다는 폭로와 관련해 특별검찰청이 그를 소환조사할 예정이어서 당초 여권 위조라는 단순 범죄 혐의로 시작된 수사와 재판이 한층 더 복잡해지고 그의 국내 송환 일정은 더욱 불확실해지게 됐다.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15일(현지시간) 권 대표와 그의 측근 한모 씨에 대한 한국의 송환 요청에 따라 6개월간 범죄인 인도 구금을 명령했다고 현지 일간지 '포베다'가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한국의 요청에 따라 고등법원에서 이들에 대한 범죄인 인도 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담당 판사가 이 사건에 대해 범죄인 인도 구금을 명령했다"고 설명했다.
'포베다'는 포드고리차 고등법원 홍보 책임자인 마리야 라코비치에게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권 대표와 한씨는 지난 3월 23일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갖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돼 공문서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1개월간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가 붙잡힌 권 대표 등은 이후 포드고리차 외곽에 있는 스푸즈 구치소에서 지내며 지난달 11일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서 첫 재판을 받았다.
권 대표 등은 첫 재판에서 보석을 청구했다. 보석금으로는 1인당 40만 유로(약 5억8천만원)를 내걸었다.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은 보석을 허가했지만, 검찰은 이에 불복해 상급 법원인 고등법원에 이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항고했다.
고등법원이 검찰의 항고를 받아들여 보석을 취소하자 지방법원은 "변호인이 제공한 피고인들의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해 40만 유로가 피고인들의 재산상 작은 부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보석을 다시 허용했다.
검찰이 이에 재항고하자 고등법원은 이날 권 대표와 한씨의 보석에 대한 재심에서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권 대표 등의 보석이 확정됐지만 고등법원이 이와 동시에 권 대표 등에게 6개월간 범죄인 인도 구금을 명령함에 따라 이들은 계속 스푸즈 구치소에 남게 됐다.
권 대표 등의 위조 여권 사건은 지방법원이, 범죄인 인도 사건은 고등법원이 담당하고 있다. 고등법원이 범죄인 인도 절차와 관련해 권 대표 등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구금을 명령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 대표의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16일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서 열린다.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 차기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거물 정치인에게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현지 특별검찰청의 소환 조사도 같은 날 진행된다.
권 대표는 몬테네그로 조기 총선(11일) 직전, 드리탄 아바조비치 총리, 마르코 코바치 법무부 장관, 블라디미르 노보비치 수석 특별검사에게 자필 편지를 보내 신생 정당 '지금 유럽'의 밀로코 스파이치 대표와 2018년부터 인연을 맺고 정치자금을 후원했다고 폭로했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공개된 권 대표의 '옥중 편지'에 몬테네그로 정계는 발칵 뒤집혔다.
몬테네그로 현지법에 따르면 외국인은 정당에 기부하거나 선거 운동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 정당은 모든 기부금을 부패 방지국에 보고해야 한다.
아바조비치 총리는 권 대표가 스파이치 대표에게 '검은돈'을 제공했다는 편지 내용이 사실이라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서 특별검찰청에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필리프 아드지치 내무장관 역시 특별검찰청에 수사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아드지치 내무장관은 권 대표와 스파이치 대표가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만났으며, 권 대표에게서 압수한 노트북에 거액의 정치자금 후원의 증거가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스파이치 대표는 테라폼랩스 초창기인 2018년 초에 자신과 당시 자신이 일하던 회사가 테라폼랩스에 투자한 것은 사실이지만 권 대표에게 정치 자금은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권 대표와 지난해 세르비아에서 마지막으로 만났고, 당시에는 권 대표가 인터폴 적색 수배 중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덧붙였다.
'지금 유럽'은 아바조비치 총리와 아드지치 내무장관이 권력을 활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 했다며 직권 남용 혐의로 이들을 특별검찰청에 형사 고발했다.
또한 '지금 유럽'은 아드지치 내무장관이 사법부 외에는 접근이 금지된 압수 노트북에서 어떻게 정보를 얻었는지 규명해야 한다며 이에 대해서도 수사를 요구했다.
양쪽 당사자가 수사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특별검찰청은 14일 권 대표와 그의 측근 한모 씨가 지내는 구치소 내부를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는 특별검찰청이 고등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구치소 내부를 수색했다며 불법 소지품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포베다'는 특별검찰청의 압수수색과 뒤이은 권 대표 소환 조사가 '옥중 편지'로 불거진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 개시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현재 권 대표의 위조 여권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별검찰청이 불법 정치자금과 관련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고, 기소로까지 이어진다면 권 대표 송환국이 미국과 한국, 어디로 결정되든 실제 송환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한편, 지난 11일 실시된 몬테네그로 조기 총선에선 스파이치 대표가 이끄는 '지금 유럽'이 일부 개표소의 실제 개표 결과를 토대로 한 표본 조사 결과 26%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아직 공식 선거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현지에서는 스파이치 대표를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고 있다.
다만 '지금 유럽'이 1당을 차지해도 과반 의석에는 미달하기에 연립 정부를 구성해야 하는데, 현지 정치 평론가들은 10월 중순께 새 정부 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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